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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

짙은 안개가 나무에 서려 있고 비가 내릴듯한 회색 거리는 내가 더블린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나게 했다. 일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나긴 기간을 유럽의 도시들을 전전하며 살면서도 평생토록 그의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도시, 제임스 조이스의 고향, 더블린, 아일랜드로 여행하기로 했던 그 여름, ‘더블린 사람들’을 다시 읽었다.

“더블린은 수천 년 동안 수도였으며, 대영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고, 베네치아의 거의 세 배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제껏 그 어떤 예술가도 이 도시를 세상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내가 이책을 쓴 목적은 여행자의 인상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유럽의 수도 중 한 곳의 삶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나의 의도는 조국의 도덕사의 한장을 쓰는 것이다. 나는 더블린을 마비의 중심지로 보았기 때문에 이 도시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택했다.” 제임스 조이스가 그의 첫 단편집 ‘Dubliners’를 쓴 이유이다.

20세기 초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열다섯 편의 이야기를 묶은 ‘더블린 사람들’은 아일랜드가 영국의 지배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압도적인 영향으로 활력을 찾지 못하고 고통스럽고 갑갑한 현실에서 맴도는 정체된 인간들로 가득 찼던 그 시대에 더블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죽은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체념과 정체 상태에 빠져 마비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더블린 사람들에게 모욕을 가함으로써 정신적 해방으로 나아가게 하려 했다. 이 작품은 너무나 부정적이고 어두우며 표현하는 언어가 구질구질하고 상스럽다는 이유로 출판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투쟁을 벌여 7년 후인 1914년에서야 비로소 출판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시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무자비하면서도 순수한 제임스 조이스의 글은 그가 죽은 지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일랜드 사람들의 마음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일까? 택시 운전사는 백 미러로 나를 들여다보면서 “아일랜드에는 유명한 것이 많이 있다. 춤과 음악과 술 등…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제임스 조이스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느 아이리시 작가의 수필이 떠오른다. “15년 전 아일랜드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놀랍게도 그녀의 야간 스탠드에서 ‘Dubliners’의 1958년 문고판을 발견했다. 그녀는 글을 겨우 깨우친 순진한 시골 출신이었다. 삶의 고비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녀는 이 책을 펼쳐 들었을까? 나달나달해진 책장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Joyce는 순교자다. 교회의 성인이 아닌 세속의 문학 세계를 위한 성인이었다”라고 썼다.

더블린 작가들의 박물관에 들렀다. 옹색한 전시품임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도시의 빛나는 영혼들 James Joyce, George Bernard Shaw, William Butler Yeats, Oscar Wilde의 삶과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제임스 조이스가 어릴 때 치던 피아노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라이브 민속 음악과 DJ 공연이 항상 열리는 템플 바의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두꺼운 안경을 쓴 제임스 조이스의 커다란 동상 옆에서 한 컷의 사진도 찍었다. 이틀간의 더블린 여행은 지난날의 어느 긴 여행보다 나를 사로잡았다. 여행은 얼마나 오래 머물었느냐 보다는 마음의 상태가 아닐까?

다시 찾아오리라, 너 더블린이여!


이춘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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