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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총알 박힌 노송

굽이 도는 강물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그늘 짙어 나그네들 쉬어갔지

그 해 초여름 잊히지 않는 날

북으로 두른 몸통엔 남쪽을 향해 쏘아대던



구구식, 따발총알 박히고

남향의 살갗엔 남침 막으려던 엠원, 칼빈 총알

그 때 그 눈물 핏빛으로 엉겨있던 소나무의 기억

반 백년 너머 흐른 지금도 가슴 처연하다

쟁기 밭 갈던 논둑 밭둑

무한궤도 캐터필러로 뭉개며 불 뿜는 가운데도

늠름히 서있던 사철 푸르던 나무

총탄 싣고 남행하는 달구지 끌던 소년병도

북진하는 학도병도 모두 지켜 보았을 소나무

이름 모를 젊은이들의 비목이 되어 서서

떠도는 영혼 달래나, 스치는 바람 스산하여

그 소나무 그 그늘 그리움이 된 세월이

핏빛 나이테 두른 채 아직 가슴에 애절하다


김신웅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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