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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년 문학도들의 열정

“문학 뿐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으로
삶의 멋을 추구한다면
그들은 낭만과 여유를
지닌 행복한 사람들이다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어린 시절, 눈 내리는 겨울이면 집 밖엘 나가지 못하고 화롯가에 둘러 앉아 옛날 얘기를 재미나게 들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팬데믹의 한파로 모두들 집안에 갇혀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연일 신문 방송에서는 엄청난 감염자 수와 급속한 사망자 수를 발표해 공포 분위기였다. 복면 마스크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악수도 못해 인생살이가 삭막했다.

하지만 1년 3개월이나 계속된 팬데믹 한파 속에서 40여회나 계속된 문학강좌 온라인 수업은 ‘낭만교실’이었다. ‘시가 내게로 찾아왔다’는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 찾아왔다. 펄벅의 ‘신작로’와 톨스토이의 ‘두 노인’과 같은 단편 소설 얘기도 찾아왔다. 박경리의 ‘김씨집 약국’과 모파상의 ‘노끈’은 팬데믹의 죽음의 공포를 잊게 했다. 인생을 되돌아보는 멋과 여유를 가져다주어 낭만적인 세상을 경험하게 했다.

지난 목요일 저녁에도 20여명이 참가했다. 자서전을 쓰시고 계신 90세가 되는 문우도 있으니 ‘낭만교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는 듯했다. 노년 문학도임에도 열정은 대단했다. 남가주에서 하는 줌 온라인 강좌에 멀리 뉴욕이나 시카고에서도 몇 분이 참가했다. 이제는 팬데믹이 끝나가서 마지막 온라인 수업이 가까워졌다. 다행이기도 하지만 먼 곳에 계신 분들이 앞으로는 참가가 힘들어져 아쉬운 느낌도 든다. 사람들 심리가 뭔가 익숙해지면 바꾸기를 싫어지는 모양이다.

지난 번 강좌는 두 분 회원들의 수필이 올라왔다. 회원들의 문예 작품은 익명으로 품평회를 거치므로 마치 모 방송국의 ‘복면가왕’처럼 누구의 작품인가 궁금해진다.

첫 수필은 20년 전 이민 초기에 스왑밋에 갔다가 겪었던 황당한 경험담이었다. 소설은 꾸민 얘기이지만 수필은 실화이므로 진실된 이야기로 공감할 때가 많다. 이민 초기에 필요한 생활용품이 많아 값싸고 다양한 물품을 파는 스왑밋이 인기가 높았다.

이분은 스왑밋에 갔다가 주차할 곳이 없어 인근 샤핑몰에 차를 주차했다. 두어 시간 후에 필요한 물건들을 잔뜩 사 가지고 차를 주차한 곳에 돌아와 보니 차가 없었다. 그때 심정을 “차가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몇 번이고 주변을 맴돌았다고 그 황당한 심정을 토로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토잉된 차를 찾았는데 토잉비를 무려 270불이나 내야했다. 지금 돈으로 얼마나 되나 구글로 찾아보니 420불이나 되는 돈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 스왑밋을 찾았는데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수필을 쓴 문우는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잘 썼다. 나도 이민 초기에 주택가에 주차한 차가 토잉 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쓰라린 경험이 내게 약이 되어 또 다른 토잉은 안 당해도 되었다.

두 번째 수필은 84세의 여성 회원의 작품이다. ‘생의 마지막 이사’라고 생각하고 입주한 시니어 아파트에서의 얘기다. 클럽하우스에 가보니 게시판에 백인 할머니의 사진 한 장과 편지가 있었다. 그 분은 13년간 그 아파트를 살다가 92세로 생을 마감한 분이었다. 그 분이 살아 생전 이웃과 후배 입주자들에게 미리 쓴 편지였다. 죽은 분이 산 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유품 정리 중에 나와 게시했다고 한다.

편지 내용은 자기가 세상을 떠날 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자기를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살아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 보았고 이웃 사랑도 받아 생을 만족스럽게 마감한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숭고한 품위와 존엄성으로 맞이했다.

편지 내용은 계속되었다. 입주 후배들이 앞으로 세상을 떠나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면 마중 나가겠다고 썼다. 외롭게 죽게 될 것을 걱정하는 시니어 아파트의 후배 입주자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격려를 하고 있다. 유머러스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한다.

노년 문학도들은 나이에 주눅이 든다. 하지만 노년의 나이에 도전과 새 희망을 준 일본인 시인 시바다 도요가 있다. 그녀는 평범한 주부로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서 98세에 첫 시집을 출판했다. 101세로 타계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굴의 용기를 주어 그녀의 시집이 수백만 권이나 팔렸다고 한다. 그녀의 대표적 시 ‘좌절하지마세요’는 어려운 말도 사용 안했다. 하지만 인생을 달관한 것 같은 노년의 낭만인 멋과 삶의 지혜, 그리고 불굴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녀의 시를 인용한다.

‘좌절하지마세요/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세요/ 햇빛과 산들 바람은/ 편애하지 않아요/ 꿈을 평등하게 꿀 수 있잖아요/ 괴로운 일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서 다행예요/ 당신도 좌절하지 말고.’

이달부터 팬데믹의 사회활동 통제가 해제될 전망이다. 일 년 넘게 계속된 노년 문학도들의 온라인 문학 강좌도 끝나고 머지않아 서로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전망이다. 문학뿐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으로 삶의 여유와 멋을 추구한다면 그들은 낭만적인 행복한 사람들이다.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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