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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코로나 대응 엇갈리는 ‘2개의 미국’

미국에서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성인의 비율. 지금 1위는 지난 23일 뉴욕타임스(NYT) 집계 기준으로 85%를 넘은 동북부의 버몬트주다. 접종을 완전히 마친 이도 75%나 된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도 급격히 떨어져 지난 5일 ‘0명’을 기록하더니 이달 내내 줄곧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한다. 주민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상당수 타운에선 다음 달 4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행사마저 취소했다. 다른 주에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다중 집합 행사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한편 중서부의 와이오밍주는 정반대 모습이다. 와이오밍의 성인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은 49%로 미국 전체에서 최하위권이다. 밑으로는 루이지애나(48%)와 미시시피(46%)가 있을 뿐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33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심지어 이 중 28명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내외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규정을 완화한 것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였는데, 접종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벗어버린 탓이었다.

그런데도 와이오밍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샤이엔 개척의 날’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행사 기간 열리는 로데오 시합엔 보통 10만 명 이상씩 몰린다.

이처럼 미국은 지금 “코로나19에 있어 두 개의 나라”(피터 호테즈 베일러의대 교수)가 된 모습이다. 인종·연령·정치성향에 따라 그 차이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버몬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백신 저항감이 적은 백인 노인 인구가 많아 접종 속도가 빠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정치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데다 지지율 높은 주지사의 리더십도 한몫했다.

그러나 노년층이라고 해서 무조건 백신 접종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21일 NYT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20% 이상이 아직도 백신을 맞지 않은 주가 11곳이나 된다. 앨라배마·아칸소·루이지애나·미시시피·와이오밍 등이다.

지역 의료시설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보수 성향의 주민들이 정부와 백신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의 낮은 접종률이 최근 코로나19 사망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미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백신 접종률은 ‘평균’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버몬트 같은 주가 평균을 끌어올려 전국 평균 70%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와이오밍 같은 주들이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여전히 활개 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마이클 사그 앨라배마 의대 부학장은 “미국이 여전히 화약고 위에 앉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 백신을 꺼리는 이유로 NYT는 ▶음모론 ▶사이비 과학에 대한 맹신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꼽았다.

특히 음모론은 지난해 말 백신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여러 형태로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최근엔 한 라틴계 남성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비디오가 논란이 됐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스마트폰을 팔에 가져다 댔더니 ‘HBPC-J43’이라는 블루투스 신호가 잡혔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백신의 특정 성분이 전파를 내보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상은 조작된 것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몸이 자성을 띄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9일 클리블랜드의 한 의사가 오하이오 의회에 나와 “백신 맞은 사람이 이마에 열쇠나 포크를 올렸더니 달라붙었다”고 증언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근거 없는 이야기였다. USA투데이 팩트체크에 따르면 온라인에 모두 공개된 백신 성분 목록에 자성 물질은 없었다. CDC도 직접 나서 “설사 백신이 전부 자성 물질로 채워져 있다 하더라도 투여량이 1㎖ 이하여서 신체에 자성을 띠게 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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