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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문패와 이름

‘표사유피(豹死留皮)’,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뜻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저마다 자기 집 문에 가장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 문패를 달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사는 동네 한 집에는 문패가 두 개 달려 있었다. 이 집은 유명 대학 교수 부부의 집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분들이고 그들의 제자들도 이제 80~90세가 됐을 정도로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문패 문화가 없어진 것은 60년대 초 수도 서울에 아파트가 생기면서부터라고 짐작된다. 주택공사가 시행한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 단지인 마포구 도화동의 마포 아파트 시대가 시작되면서 문패가 사라졌다고 본다.

고교 시절 필자도 그 아파트에 입주해 생활해 본 적이 있다. 겨울에도 따뜻한 물을 언제나 사용할 수 있었고 실내에서도 얇은 옷차림으로 지내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소통 부재의 공간이었던 것은 별로 좋지 않은 추억이었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활동하던 지인의 장례식이 있었다. 고인의 약력 보고에 적힌 내용을 보니 무려 19개의 직함이 쓰여 있었다. 식장에는 20여개의 추모 조화가 놓여 있었다. 그분은 분명 이름을 남기신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필자의 국민학교 입학식 날은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빨간 이름표에 ‘민병국’이라는 석 자를 써서 세상에 알린 순간이었다. 서울 재동국민학교 1학년 5반 담임이신 홍우경 선생님은 내 인생의 첫번째 스승이셨다. 그 후 열 한 분의 초중고 담임이셨던 스승들의 성함은 이 생명 다할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살아오면서 이제는 이름으로만 남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나의 삶은 채워져 왔다.


민병국·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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