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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코로나 ‘독립 선언’

1775년 4월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로 시작된 미국 독립전쟁 초기만 해도 영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은 급진적 이상에 지나지 않았다. 이듬해 1월 토머스 페인의 ‘상식’은 독립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혁명 정서에 불을 댕겼다.

그해 여름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자명한 진리를 담은 독립선언서가 채택됐다. 미국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이다.

해마다 이날이면 북미 대륙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화려한 불꽃놀이가 밤을 수놓는다. 코로나 확산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어수선했던 지난해에도 폭죽은 그치지 않았다. 거리 행사는 대부분 취소된 대신 가정마다 불꽃을 쏘아 올렸다. 업계는 오히려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올해는 대규모 행사까지 속속 부활해 폭죽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

백악관은 코로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인 1000여 명을 독립기념일 행사에 초대한다. 그 자리에서 불꽃의 향연을 누리며 ‘기쁨의 여름, 자유의 여름’을 선포한다. 60만 미국인의 생명을 앗아간 코로나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다. 미국은 18세 이상 성인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적어도 한 번은 백신을 맞았다. 65세 이상 취약 계층은 거의 90%에 육박한다.



그런데 코로나 규제 완화와 더워진 날씨 속에 미국 사회는 예기치 않은 사태에 직면했다. 열악한 치안이다. 세계적 미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도둑이 상점을 터는 모습은 무법 시대 그 자체다. 대낮에, 그것도 보안요원을 포함해 3명이나 지켜보는데도 당당하게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누가 보든 말든 차 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치는 일도 다반사이지만, 검거율은 3%를 밑돈다고 한다.

강력 범죄, 특히 총기 폭력은 더 심각하다. 비영리 기구인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 통계를 보면 피해자가 4명 이상인 총기 난사 사건만 올해 들어 300건 넘게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2019년보다는 60% 이상 늘어났다. 사람이 몰려나오는 주말이면 곳곳이 총기 범죄 비상이다.

잔칫상에 재 날릴 상황이 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단단히 뿔이 났다. 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치안 대책을 쏟아냈다. “죽음과 혼란을 팔아 돈을 버는 총기상에게 관용은 없다”며 대대적 단속을 공언했다. 불법 총기 유입 줄부터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기 구매 때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등의 보다 강력한 규제 법안은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더욱 깊게 팬 경제적 불평등과 누적된 코로나 블루, 여기에 고질적 인종차별과 풀릴 대로 풀려 버린 총기까지. 4박자를 고루 갖춘 범죄 쓰나미 경보 앞에 못내 불안한 자유의 여름이다.


임종주 / 워싱턴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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