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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부모와 자녀라는 인연

엄마 떠나신 유월이 다시 돌아오고, 일주기가 되던 날, 평소보다 일찍 새들도 깨어나지 않은 신새벽에 기상했다. 동생이 보내온 사진으로나마 방문한 추모관의 엄마 사진 아래 놓인 베이비 핑크, 연보라, 하양꽃이 어우러진 부케의 향기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도 눈물이 쏟아지도록 진하고 생생했다. 엄마의 자랑이던 작은 아들의 헌화에는 “바람결에도 늘 생각나는 우리 엄마”라는 메모가 있었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드는 순간 순간에도 숨을 쉬듯 늘 기억 언저리에 함께인 엄마여서 동생이 쓴 바람결이라는 표현이 절절한 위로로 다가왔다.

백신을 맞았어도 직계가족이 아니면 형제자매의 관계만으로는 2주의 격리기간을 면제 받을 수 없는 한국 정부의 시책을 들으며 나라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일은 더 이상 당연이 아니고 조건을 필해야 하는 현실임을 실감한다. 세상에서 누리고 사는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 없거늘 인간의 본성에 깃든 자기 중심적이고 과대망상적인 죄성 탓으로 누리는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불행한 인생이 많다.
여러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생살이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만큼 그 본성에 입각한 부당성을 입증하며 살아가는 예도 드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부모가 아니면 그 존재조차 없었을 이 세상의 아들과 딸들이 부모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고마움과 감사를 인간의 근본도리라고 가르쳤다.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일상의 양식을 가르치되 개개인의 감상이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필연적이고 당연한 도리이자 법으로써 행하도록한 게 효다. 효를 간단히 정의하면 낳아서 길러주고 양육해준 은혜를 기억하고 보답하며 살아가고, 그 부모가 연로해져서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도움과 보호의 손길이 필요해질 때가 오면 입장을 바꾸어 보살핌을 품앗이 해야 하는 당위적 행동거지다.

누리고 사는 것이나 남들에게서 받는 것은 당연시하면서 주거나 베풀 줄은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혼란스럽고 각박한 문화가 되듯이 부모로부터 받고 누리는 것으로 끝나는 자식들이나, 자식에게서 로또를 기대하는 부모가 있기에 다양한 인생드라마가 펼쳐진다.

알퐁스 도데의 글에 황금으로 된 뇌를 가진 젊은이가 나온다. 부모는 아들이 머리를 다쳤을 때 피 대신 금가루가 나오는 것을 본 후로는 행여나 누가 알까 봐 아들을 아무하고도 사귀지 못하게 지키면서 성장시킨다. 장성해서 떠나는 아들에게 부모는 키운 댓가로 부를 좀 나누어달라는 제안을 하고, 그 젊은이는 부모를 위해 자신의 뇌 일부를 떼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뇌를 떼어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던 중 친구에게 속아 재산을 몽땅 털렸다. 머리에 남은 것이 별로 없게 되어서야 그는 일자리를 찿을 생각을 했고, 직업을 구한 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상처를 하자 슬퍼하며 자기의 전 재산을 털어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루었다. 마침내 그는 가난하고 병약해진 채 거리를 배회하다가 상점의 진열대에 놓인 멋진 부츠를 보고 아내에게 사주기 위해 들어갔다가 쓰러졌다. 황금으로 된 그의 뇌를 거의 다 떼어쓴 결과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는 것조차 기억 못한 채 절명한 것이다.



효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신체발부수지부모에서 시작한다. 부모님이 안 계셔도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잘 보전하면서 부모님이 귀히 여기던 사람들과 사물을 돌아보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것이 자식의 마땅한 도리다. 부모와 자녀로 만난 인연을 감사하고 귀히 여기면서. [종려나무교회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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