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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정선 아리랑

강원도 정선(旌善)을 갔을 때는 70년대 초반이다. 당시는 제천에서 태백선 기차를 갈아타고 산길을 한참 달리다가 어디인지 기억은 없으나 허허벌판 산등성이에서 모두 내려 산밑으로 걸어 내려가 대기하고 있던 다른 기차를 갈아 타던 기억이 난다.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 가는 선로가 없어 그런 식으로 탄광촌 태백으로 가던 시절이다. 당시의 태백과 사북은 석탄 채굴이 활발하던 시절이라 읍내만한 작은 도시 전체가 검은색이었고 탄부들의 거친 숨소리는 북적이던 시장통을 태우곤 했다. 정선은 탄광촌에서 다시 갈아타고 강 같은 커다란 여울진 개울을 끼고 가는데 화물칸 맨 뒤쪽에 낡은 꼬마 객차를 달랑 한량을 매달고 그것도 일주일에 두번만 운행했다. 그만큼 정선은 열댓 가구 정도였고 종점인 여량에는 대여섯 가구뿐이었다.

당시 한국은 수출에 운명을 걸던 시기다. 물자라야 수산물과 광산물이 위주고, 마산에 지금의 개성 공단과 같은 일본의 보세 공단뿐이다. 수산물은 쌍끌이 어선이 연근해 바닥을 훑어 잡은 각종 잡어와 원양에서 잡아온 참치를 구경도 못한 채 전부 일본으로 내다 팔았다. 광산물은 여러 나라로 수출하였으나 주로 중석(텅스텐)이다. 그 중에서도 희귀한 품목이 정선에 있다. 비소라는 것으로 독성이 강해 살충제에 쓰이며 합금과 유리공장에서 유리를 투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당시의 수출 효자 품목이다.

정선은 옛부터 비소를 생산하던 역사적인 장소다. 궁중에서 소위 사약을 내릴 때 정선의 비소를 한양으로 올려 보내곤 하였다. 정선 바로 전 정거장 선평역(仙坪驛)은 유황석으로 둘러 싸인 거대한 유황산들이 많다. 유황을 태우면 샛노란 진한 연기가 나며 주위의 나무는 모두 말라 죽는다. 옛날에는 유황석을 도자기 굽는 가마 같은 데에 집어 넣어 태웠는데 다만 그 연기는 가마 뒤에 서너개의 빈방을 거쳐 빠져 나가도록 굴뚝이 멀리 떨어져 있다. 연기는 빈방을 지날 적마다 하얀 가루가 되어 벽 전체와 바닥에 붙는다. 그게 비소다. 방안에 기어 들어가 그것을 쓸어 담는 인부들은 유황독으로 얼굴이 붓고 시뻘건 돌기가 뒤덮어 일찍이 황천한다.

60년대 말부터는 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현대적으로 키른(Kiln)이라는 회전식 커다란 기차 화통 같은 소각로에 집어 넣어 유황석을 태웠다. 유황은 가장 큰 공해 산업으로 저개발 국가에서만 태운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유리 공장은 이를 확보 하느라 오늘도 동남아와 아프리카 국가만 뒤지고 다닌다.

유황에 쩔어 민둥산 뿐인 정선으로 들어 가는 깊은 골짜기는 모두 옛날에는 귀양살이 유배지였다. 골짜기마다 한양에 올려 보내느라 아궁이 같은 조그만 유황석 가마를 끼고 살았다. 그 한이 녹아 벽에 붙은 흰 가루가 그냥 입 천정에 들러 붙은 가락이 정선 아리랑이다. 노래라기보다 넋두리이고 상실감에 빠진 긴 한숨이다.

선평역 전 정거장은 원래 시루떡같이 생겼다 하여 증산역(甑山驛)이었으나 십년전 주민들의 청원으로 민둥산역(민둥山驛)으로 개명을 하였다. 고려가 망하고 그 왕족들이 왕씨 성을 버리고 전씨로 바꿔 도피한 곳도 정선이다. 선평역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전씨의 조그마한 정선 전씨 본관사당이 있었는데 후에 전두환이 이를 크게 증축하였다.

50년이 지난 지금 정선은 전국에서 가장 공해가 없고 자연 농산물이 풍부한 호텔
관광지로 변하였다. 트롯트와 막춤이 난무하는 가요제도 가끔 열린다. 새로운 곡으로 둔갑한 아리랑은 겉저리일뿐 그 뜻을 아는 아낙들은 오래 전 사라지고 요즘 정선군 홈 페이지는 관광을 위해 먹거리 사진으로 잘꾸며 놓았다. 예나 지금이나 돈담무심 귀촉도불여귀(頓淡無心 歸蜀道不如歸). 두견새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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