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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비싸게’ 고가 전략 셀러까지 등장

치열한 구매경쟁 차익 극대화 노려
교외 지역·대도시 주변부 흔히 발생
거래 기간 늘어지면 되레 가격 손해

대니얼 펜징의 리스팅 에이전트는 그의 시카고 콘도 적정가로 34만5000달러를 책정했다. 펜징은 즉각 숫자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적정가보다 5% 높게 매물로 내줄 것을 에이전트에게 요구했다”며 “시장이 뜨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니얼과 아내 나탈리아는 본인들의 배짱을 믿고 콘도를 37만9000달러에 내놨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37만5000달러에 팔았다. 당초 가격보다 3만 달러 더 챙긴 셈이다.

셀러 위주의 시장이라는 확고한 자신감을 가진 셀러는 펜징 부부 말고도 많다. 최근 ‘리얼터닷컴’ 조사에 따르면 94%의 셀러는 본인들이 샀던 것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고 있다. 분명히 펜징 부부의 콘도는 리스팅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렸지만 그렇다고 고가 전략이 항상 먹히는 것은 아니다.

▶고가 전략 증가

최근 뜨거운 주택시장을 목격한 홈오너 가운데는 일종의 ‘소외 불안 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을 경험하는 이들도 있다. 나도 팔면 많은 차익을 남길 것이란 기대감이다. 존 번스 부동산 컨설팅의 릭 팰라시오스 리서치 디렉터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최근 리스팅 가격을 높게 올리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 주택금융청(FHFA)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지난해 12.6% 올랐다. 집을 산 지 얼마 안 된 홈오너도 팔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교외 지역이나 대도시 주변부에서는 팬데믹 이후 수요가 늘면서 이런 계산법이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팰라시오스 디렉터는 “변두리의 집값이 1년에 20~30% 오를 것을 예상한 홈오너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홈오너들이 언제 올지 모를 이런 기회를 노리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이틀 보험사인 ‘퍼스트 아메리칸’에 따르면 올해 봄 주택 1만채 중 매물로 등록된 경우는 115채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지난해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부족한 공급으로 주택 거래에 걸리는 기간은 1년 전보다 평균 35일이 단축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거의 700만채의 매물이 추가로 공급돼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리얼터닷컴의 대니엘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으면 셀러는 주도권을 쥐게 된다”며 “이때 셀러는 적정 가격보다 더 비싼 값을 부르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더 바우어스 그룹’의 데니스 바우어스 에이전트는 “많은 셀러가 집을 팔고 큰 차익을 남기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상 최고 가격에 팔 수 있지만 이보다 더 비싼 값을 원하는 셀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전략의 위험성

에이전트들은 셀러들의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가 전략이 대부분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코네티컷주의 리스팅 에이전트인 케빈 스네돈은 5베드룸, 5배스룸 고급 주택의 적정가를 1290만 달러로 생각했지만, 셀러는 1490만 달러를 원했다.

스네돈 에이전트는 “고객 요구대로 30일 동안 1490만 달러에 리스팅했지만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30일째 되는 날 당초 정한대로 1290만 달러로 가격을 낮추자 오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스팅 가격 인하는 결과적으로 부동산을 파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시장에서 매물에 대한 평판은 흠집이 난다. 매물로 등록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바이어들은 해당 부동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받게 되고 협상 과정에서 가격만 낮춰줘야 하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부동산 분석업체 ‘어반딕스’의 노아 로젠플래트 공동 설립자는 “셀러도 가격을 협상할 것으로 생각하며 시세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전략은 매물만 시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시세보다 더 가파른 가격 인하 협상의 피해만 보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고가 거래 전략

가장 좋은 방법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뒤 경쟁이 붙길 기다리는 것이다. 부동산 회사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70% 이상의 바이어가 비딩(bidding) 전쟁을 치렀고 절반 이상의 주택은 리스팅 가격보다 비싼 값에 거래됐다.

부동산 회사 ‘더글라스 엘리만’의 린지 바톤 배렛 브로커는 “요즘처럼 뜨거운 주택시장에서는 이미 오른 시세에 맞춰 리스팅 가격을 정하고 바이어끼리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가격을 높이는 것보다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본인의 집의 가치를 시세에 빗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로컬 주택시장에서 비슷한 집에 대한 수요를 따져볼 수 있다. 비슷한 크기, 레이아웃과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서 적정가를 정하고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면 된다.

배렛 브로커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비싼 값을 제시하는 에이전트보다 가장 시세를 잘 반영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이라며 “매일매일 현장에서 매물을 살피고 협상 과정을 지켜보고 거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 있는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적정가격 테스트하기

그런데도 고가 전략을 취해보고 싶다면 소위 ‘포켓 리스팅’이라고 하는 방법을 써 볼 수 있다. 이는 로컬의 ‘멀티풀 리스팅 서비스(MLS)’나 질로 등 공공 웹사이트에 매물을 공개하지 않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대신 리스팅 에이전트가 본인의 네트워크만을 활용해서 잠재적인 바이어와 연결하는 식이다.

시카고 ‘베어드 앤 워너’의 모 듀릭 에이전트는 “요즘은 개인 네트워크도 공공 네트워크만큼 뜨겁고 실제 거래도 활발하다”며 “가장 좋은 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매물을 올려둘 수 있는 점이다. 리스팅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테스트도 겸할 수 있어 최근 포켓 리스팅을 활용하는 셀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가 전략을 취해서 MLS 등에 매물을 내놓을 계획이라면 대안으로 시간제한을 정해 언제 가격을 낮출지도 생각해야 한다. 바우어스 에이전트는 “만약 첫 2주 사이에 오퍼를 받지 못한다면 가격을 시세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며 “단기간 내에 일정 시간 매물로 등록된 주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변에서 거래된 평균적인 기간 이상으로 오래 팔리지 않고 계속 남게 되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격도 내려가게 되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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