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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아버지를 생각한다

독일의 작곡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자식이 20명이었다. 한 아내 한테서 난 것이 아니라 두 부인이 낳았다. 수년 전 독일을 여행했을 때 일행인 뉴욕시립대학에서 서양 음악사를 가르치는 바바라 스톤이라는 교수가 처음 들려주었고 그 후 현지 가이드와 리서치를 통해서 바흐의 생애를 알게 되었다. 바흐는 이 많은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말을 타고 교회를 찾아다니며 연주 여행을 했다고 한다. 바흐 가족은 Eisenach에서 살았는데 생가에 음악학교가 있고 뮤지엄 앞에는 바흐 동상이 있다. 스톤 교수의 말, “아버지 바흐는 스무 명 자식들의 태어난 순서와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했어요. 두 번째 부인은 전처의 자식까지 정성껏 키웠고, 이름은 물론 순서도 헷갈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떠난 아버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의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아이를 생기게 하는 씨(A basic biological one)를 제공한다. 임신 후 입덧을 하고, 배가 불러오고, 출산의 고통을 겪고,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다. 아들이건, 딸이건 자식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와 가깝다. 아버지는 대신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을 부양하는 책임을 진다.

아이를 낳은 후 동물처럼 유기한 아버지가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오는 아버지가 대표적이다. 아들은 무책임하고, 사랑을 버린 아버지를 살해해 재판을 받게 된다. 러시아 검찰은 존속살인은 한 아버지가 아니라 러시아 아버지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니 엄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버린 한 인간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죄와 벌’에서 한 젊은이가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착취하는 전당포 노파를 살해했다) 정신분석 학자들은 아버지와 아들은 어머니(여자)를 두고 갈등을 빚는다고 말하고 D. H. Lawrence 등 많은 작가가 작품에서 이를 다루었다.

옛날 한국 아버지들은 바깥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가정이 많았다. 아빠는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집을 나가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해 아이들은 아빠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권위주의 의식에 젖은 아버지는 자식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소유물로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읽은 자서전에 아버지 박운선 목사의 위선과 잘못된 신앙을 고발한 딸의 이야기가 있다. 목사인 딸은 아버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의 잘못을 세상에 알린다고 신앙 고백했다.

이민 1세 아빠들은 이곳에서 태어난 자녀들과 문화충돌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렸을 때 얻어맞고, 엄한 교육을 받고 자라온 아버지는 은연중에 자식들에게 ‘한국식’을 강요하는 성향이 있을 수 있다. 이민 초기 심한 스트레스와 좌절로 나도 한때 아이들에게 심하게 한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그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잘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 부모를 미화하지 않는다. 있었던 그대로 정직하게 말하고 나 역시 자식들에게 그런 평가를 받을 각오가 돼 있다.

나는 요즘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무척 조심스럽다. 자식들도 엄마, 아빠가 되면 나이가 많은 부모는 눈치(?)를 봐야 한다. 말을 함부로 하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해 불화를 일으키면 소외된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힘든 부모는 자식이 돌보지 않을까 무척 염려하게 된다. 나의 기준은 ‘아버지보다 나은 아버지’ 이다.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준 내 아버지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이보다 월등히 나은 아버지, 아이들에게 작은 유산이라도 남겨주고, 아름다운 기억을 갖게 하며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 흔적을 남기고 싶다. 좋은 아버지 되기가 쉽지 않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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