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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아침 다섯 시가 채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선다. 현관문을 열기 위해서는 수평으로 자세를 굳힌 손잡이를 아래로 90도를 돌리면 된다.

그 간단한 일이 매일 아침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마음을 다잡고 비장한 마음으로 문을 나선다. 5분 뒤에 일어날 일만을 생각하면 문을 열고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서 헬스장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2분.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프레스 벤치에 앉는다.

벤치 프레스는 눕는 자세로부터 상체를 75도 정도까지 세워서대략 스무 단계의 무게추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사용하는 무게추는 상위 다섯 개이다. 수우미양가로 나누자면 수에 해당하는데 숫자가 많아질수록 추는 더 무거워진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가장 가벼운 추만을 사용하여 무게를 들어 올리는데 누가 보면 흉잡힐지도 모르지만 그게 그리 힘이 들 수가 없다.

각도마다 10번씩 3회를 들어 올리는데 그때 내 인상이 어떨지 참으로 궁금하다. 팔과 가슴에 내려앉는 무게추의 무게는 마치 내가 지구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처음 다섯 번은 콧노래를 부르라고 해도 흉내는 낼 수 있을 정도이나 다섯, 여섯, 숫자가 늘어나며 내 몸의 근육들이 뿜어내는 신음이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런데도 또 다음 단계의 운동을 계속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주는 희열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거의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의 갈등의 시간이 지났는데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변화가 몸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운동 시작 전 상체가 밋밋하기 짝이 없는 전국 통일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각 지방의 토호 세력이반란을 일으키는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저기서 아직은 미미하지만 울퉁불퉁한 근육들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참 신기하고 대견한 일이다.

올해 10월 23일이면 내 나이 만으로 예순넷.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그렇게 힘을 빼며 운동을 하는 이유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 딱히 대답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어릴 때 전구가 없는 전기 소켓에 손가락을 넣던 기억을 떠올릴 뿐이다. 손가락을 타고 뇌까지 찌릿해지던 그 행위들을 나는 왜 했을까? 고통을 통한 희열이 있어서 마약처럼 중간에 중단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도 무게가 짓누르는 중압감을 뚫고 스멀스멀 솟아나는 희열 때문에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옛날식 다방에서 마시는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이 아니고 그저 맹물 한 잔에 의지해 보내는 새벽 시간의 내 짜릿한 고통의 시간이 바로 60대 중반에 발을 디민 나만의 ‘낭만에 대하여’라고 우겨보고 싶은 오늘 아침.


김학선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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