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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곳에 살고 싶다] <18> 몽고메리

500년 역사의 유서 깊은 앨라배마 주도

흑인 노예 일하던 목화농장 지대서
로사 파크스 투쟁한 민권운동 산실로
현대차 공장 들어선 ‘미국의 울산’

몽고메리 다운타운에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앨라배마 주청사. [중앙포토]

몽고메리 다운타운에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앨라배마 주청사. [중앙포토]

몽고메리는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로사 파크 여사 등 미국 인권 운동과 관련된 사적지가 많다. 평화정의센터(Peace & Justice Memorial Center) 주변은 역시 과거 남동부 지역에서 인종 차별적 폭력으로 희생된 흑인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으로 몽고메리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사진은 센터 앞 추모 시설 내부.[중앙포토]

몽고메리는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로사 파크 여사 등 미국 인권 운동과 관련된 사적지가 많다. 평화정의센터(Peace & Justice Memorial Center) 주변은 역시 과거 남동부 지역에서 인종 차별적 폭력으로 희생된 흑인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으로 몽고메리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사진은 센터 앞 추모 시설 내부.[중앙포토]

몽고메리 초입 이스턴 불러바드 선상에 있는 한인 마켓 서울식품 내부 모습. 한인회관을 비롯해 한국 식당, 화장품 가게 등이 이 상가에 밀집해 있다. [중앙포토]

몽고메리 초입 이스턴 불러바드 선상에 있는 한인 마켓 서울식품 내부 모습. 한인회관을 비롯해 한국 식당, 화장품 가게 등이 이 상가에 밀집해 있다. [중앙포토]

-역사
몽고메리는 500여 년 역사를 지닌 앨라배마주의 주도다. 이 도시의 역사는 15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 살던 인디언 앨라바무 족이 스페인 탐험가를 만난 것이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이어 1697년에 유럽 이민자들이 인디언과 결혼하며 정착하기 시작했고, 1785년 한 유럽 이민자가 이곳에 목화거래소를 세우면서 몽고메리의 시초가 됐다.

이 도시는 흑인 노예를 동원한 대형 목화농장으로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1846년에는 앨라배마주의 수도가 됐다.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 대통령은 몽고메리를 남부연합의 수도로 정했다. 이후 남부연합의 수도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로 옮겼지만, 몽고메리는 여전히 남부군의 본거지로 남았다.

남부군의 본거지였던 몽고메리는 극심한 흑백 차별의 현장이자, 미국 인권 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발상지이자 중심지로도 유명하다. 1955년 몽고메리에서 흑인 여성 로사 파크가 백인에게 버스 자리 양보하기를 거부하다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몽고메리 시의 흑인들은 버스 탑승을 거부하는 ‘버스 보이콧’ 운동을 벌여 시 정부를 굴복시킨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흑인 민권운동가들은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시작했고 20여 년에 가까운 투쟁을 벌인 끝에 흑인들의 투표권을 보장받는다.

몽고메리는 흑인 재즈 음악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냇킹콜, 행크 윌리엄스, 빅마마 손튼 등 흑인 음악의 거장이 모두 몽고메리 출신이다. 또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미국 최고의 역사적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극 영화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은 앨라배마대학 학생이며, 그의 이름 또한 몽고메리의 별명인 ‘더 검프’에서 따왔다. 또 팀 버튼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 영화 ‘빅 피시’와 흑인민권 운동 소재 영화 ‘셀마’도 몽고메리에서 촬영됐다.

1990년대 이전 사양길의 섬유 산업과 목축업에 의존하던 시골 도시였던 몽고메리는 21세기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2005년 연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자동차 생산공장(HMMA)의 입주가 가져온 상전벽해의 변화였다. 현대차 공장이 채용한 직원만 3000여 명에 이르렀다. 현대모비스 등 동반 진출한 협력사 직원까지 더하면 1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이 이뤄졌다.

현대차는 물론 하청, 재하청 업체들이 주변에 속속 들어서면서 한인 유입도 크게 늘었다.

-특징
몽고메리는 앨라배마 역사와 정치, 문화의 중심지이다. 몽고메리에는 남부연합 시절 대통령 관저인 ‘남부 백악관’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시무하던 ‘덱스터 애비뉴 교회’, 1800년대 전통 건축양식을 보존한 ‘올드 앨라배마 타운’ 등 유서 깊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앨라배마 주청사를 비롯해 행사장으로 ‘더 컨벤션 센터’ 등이 있다. MLB 마이너리그팀인 몽고메리 비스킷즈 경기장 주변에는 각종 사업체가 들어섰다.

몽고메리는 2차대전 당시 맥스웰 공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도시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2005년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2015년 현재 몽고메리의 가장 큰 고용주는 맥스웰 공군기지로 1만2280명을 고용하고 있다. 2~4위는 앨라배마 주정부와 몽고메리 시청 등이다.

군과 정부 기관을 제외한 몽고메리 최대 고용주는 바로 현대차다. 현대중공업 등 관계사까지 합하면 한국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수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위치와 교통
앨라배마 강을 끼고 있는 몽고메리는 과거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현재는 I-65와 I-85가 교차하는 육상 교통의 요지다. 도시의 넓이는 159.9스퀘어마일(414㎢)이다. 몽고메리에서 시작하는 I-85는 어번, 애틀랜타를 거쳐 동부 지역을 관통하는 미국의 핵심 도로다. 몽고메리에서 I-85를 타고 1시간이면 조지아 기아자동차 공장에 도착할 수 있고 애틀랜타까지 2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몽고메리는 중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어, 애틀랜타·뉴욕 등 동부지역보다 시간이 1시간 빠르다.

-인구와 소득
센서스에 따르면 2021년 몽고메리 인구는 19만7777명이다. 미국에서 11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인 60.8%가 흑인, 32.7%가 백인이며 한인 등 아시아계 인구는 2.93%를 차지한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몽고메리 한인 인구는 많게 잡아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물론 센서스 집계는 이보다 훨씬 적다. 한국이나 타지에서 비즈니스로 드나드는 유동 한인이 많고, 주재원이나 유학 등으로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분 거리의 어번이나 오펠라이카, 기아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등의 한인까지 합치면 앨라배마 동남부 한인 숫자는 1만 명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얘기다.

몽고메리 1인당 평균 소득은 3만3363달러이며, 가구당 평균 소득은 6만8149달러다.

-주택 가격
부동산정보사이트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2021년 5월 현재 몽고메리의 평균 주택 거래가는 16만2900달러, 스퀘어피트당 가격은 91달러다. 지난 1년간 주택 가격은 16.4% 상승했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은 주로 몽고메리 동부 신도시 지역이다. 백인 인구가 7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I-85 주변에는 한인 거주 지역이 형성됐다. 동부 지역은 상권과 문화 시설도 구축됐다. 이스트데일 몰과 이스트체이스 쇼퍼스 등 대형 쇼핑몰 2곳과 코스트코 매장이 있으며, 몽고메리 미술관과 몽고메리 셰익스피어 극장 등 문화 시설이 있다.

-학군
몽고메리에는 62개 공립학교와 35개 사립학교가 그레이트스쿨에서 좋은 평점을 받고 있다.

특히 러블리스 아카데믹 마그넷 프로그램(Loveless Academic Magnet Program)은 전국 최고 수준의 고등학교로 꼽힌다. 현지인들은 줄여서 ‘램프’(LAMP)라고 부른다. 1984년 설립된 LAMP는 영재 교육 마그넷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학생 지원자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선발한다. 전교생은 450여 명으로, 한인 학생들도 다수 재학 중이다.

이밖에 카버 고등학교, 브류베이커 기술고, BTW마그넷도 이름이 알려진 명문고들이다.

몽고메리에는 유서 깊은 흑인 대학인 앨라배마주립대가 있다. 어번대와 트로이대의 몽고메리 캠퍼스, 사립대인 포크너대도 있다. 맥스웰 공군 기지 내에 위치한 공군대에는 한국군 공군 장교들도 많이 유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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