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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바카야로

일본사람들은 바보를 ‘바카야로’라고 합니다. 사슴과 말을 감별할 줄도 모르는 바보라는 말입니다. 바카란 말은 말과 사슴이라는 말인데 말과 사슴을 구별할 줄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어원은 BC 200여 년 경 진나라의 시황에게 아첨을 하는 조고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돈이 많은 재벌인데 돈을 왕에게 많이 바쳐 왕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일설에는 그가 여종과 관계하여 임신을 시키고는 그 여종을 진시황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그 여종이 진시황에게 가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호해(胡亥) 이였습니다. 아마도 불임이었던 진시황은 그를 자기의 아들로 여기고 태자로 삼고 그가 죽은 후 호해가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조고가 섭정을 하며 황제보다도 권력이 강했다고 합니다.

신하들에게 들에 있는 말을 가르치며 서게 사슴인가 말인가 하고 물었습니다. 신하들은 조고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옳습니다. 저것은 사슴입니다”라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조고는 자기 뜻에 맞지 않게 대답을 한 신하들을 잡아 죽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고의 뜻에 맞게 대답을 못 한 사람을 죽이는 지록지마(指鹿之馬)의 화(禍)가 있었고 말과 사슴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야로(野郞)란 말은 들에서 뛰어다니는 머슴이니 무슨 지식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말과 사슴을 구별할 줄 모르는 신하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것을 묻는 조고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 뿐입니다. 진시황뿐이 아닙니다. 많은 독재자가 자기의 코드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가려내어 처단했습니다.

지금 한국이나 미국이나 많은 사람이 언론이 타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편에 서서 사슴을 말이라고 하고 말을 사슴이라고 이야기하는 일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작년에만 해도 Fox 뉴스는 보수언론으로 그리고 공화당의 편에 서서 방송을 하는 언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1월 9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고 다음 날 바이든의 우세가 나타나면서 급격히 변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를 비판하고 바이든의 편을 들면서 트럼프가 선거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선전을 했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침묵했고 몇몇 신문에서는 분명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많은 시민은 헷갈렸습니다. 그럼 지금의 언론은 말인지 사슴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일까요?



오래전의 일입니다. 성형외과 학회에 갔습니다. 학회에 가면 많은 새로운 수술방법들이 발표되고 그것을 배워서 응용하게 됩니다. 옆에 같이 앉은 젊은 교수에게 “저 방법이 참 좋겠네요. 한국에 가시면 저런 방법으로 수술을 한 번 해보시지요”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젊은 교수는 “아닙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과장님이 하시는 방법으로밖에 수술을 못 합니다. 그냥 아는 척하고 까불었다가는 진급도 못 하고 쫓겨납니다. 내가 과장이 될 때까지는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제일 좋습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역시 바카야로입니다. 진리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기 위에 있는 권력자가 누구이고 그가 묻는 의도를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오늘도 언론에서는 친정부의 이야기만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누구도 정부를 비판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게 말이냐고 묻는 조고의 눈치만 살피려는 허약한 선비님들과 언론의 비굴한 웃음이 보입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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