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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손쉬운 가격인상보다 공존의 지혜 필요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집값부터 중고차 가격, 외식비, 식료품, 개스비까지 자고 나면 오르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3년 만에 최대로 올랐다.

한인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서비스 이용료부터 주차비, 음식값, 장바구니 물가까지 월급 빼고 다 올랐다. 그동안 억눌렀던 것을 한꺼번에 분출한다는 의미로 ‘보복소비’라는 신조어가 나왔는데 물가도 복수를 원하나 보다.

한인 식당들은 메뉴 가격을 야금야금 올렸고 한인 마켓에서도 어렵지 않게 꼼수를 찾을 수 있다. 한 마켓에서 다섯 단에 99센트에 파는 한국 부추를 다른 마켓에서는 바이러스에 꽤 안전해 보이는 플라스틱 박스에 두 단 정도 되는 양을 담아 1.99달러에 판매한다. 또 팬데믹 이전에는 200달러면 충분했던 축하 화환도 슬그머니 꽃의 양이 줄어들어 “300달러 정도는 하셔야 체면이 산다”는 핀잔을 들어야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실 물가를 따지는 건 쪼잔한 측면이 있다. 수요와 공급을 따져 가격을 정하고 소비자는 싫으면 안 사면 되는데 미주알고주알 들춰내야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전례가 없는 팬데믹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자금이 풀린 가운데 원인 모를 가격 인상인 까닭에 소비자들이 촉을 세우는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코로나19 경제피해재난대출(EIDL)은 물론, 야외 테이블 영구화 조치에 식당 회생 그랜트(RRF)까지 받으면서 가격은 올릴 대로 올렸다고 말이다. 구인난 호소는 시급이라도 올려준 뒤에 하라는 요구다. 지난해 주류 미디어에서는 폐업 위기에 처한 업소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도왔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됐는데 이런 식이면 타운에서 동정심은 자취를 감출 기세다.

물가 전망은 예상 주체마다 다르지만, 영리한 업주라면 단기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더 많은 고객을 잃는 실수를 피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실제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는 현재 물가 상승이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 등은 6월부터 기저효과가 줄어들면서 물가 상승률이 누그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회계법인 ‘RSM’의 조 부르셀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전환 과정의 가격 상승을 소비자는 받아들이거나 또는 다른 옵션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명한 업주라면 후자 쪽의 무서움을 새기며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타운의 업소들을 대체할 수 있는 더 넓은 시장이 이미 주변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작은 걸 탐하다 큰 걸 잃는 ‘소탐대실’은 피하라는 뜻이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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