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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몽상] 악녀는 모피를 입지 않는다

“나는 경쟁을 믿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어요. 그의 연기를 얼마나 많이 봤는데. 우리 다섯 후보 모두가 각자 다른 영화의 승자입니다. 내가 여기 서 있는 건, 좀 더 운이 좋아서죠.”

배우 윤여정이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무대에서 한 말이다. 그의 언급대로 글렌 클로즈는 대단한 배우이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유독 상복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는 세계적 흥행작 ‘위험한 정사’(1987)도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연기한 유부남 변호사와 짧은 인연을 맺은 뒤, 주변을 맴돌며 광적으로 집착하다 변호사네 가족을 공포에 몰아넣는 역할이다. 대대적인 흥행 성공과 함께 글렌 클로즈는 무시무시한 악녀 이미지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성인 눈높이의 악녀만 아니라 ‘101 달마시안’(1996) 같은 가족영화의 악녀도 기억에 남는다. 영국 작가 도디 스미스의 소설을 원작 삼은 196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다시 실사로 만든 영화다. 주인공은 ‘크루엘라 드 빌’이라는 이름부터 ‘잔인한’(cruel) ‘악마’(devil)의 면모가 담겼다. 달마시안 견종 특유의 점박이 무늬로 모피코트를 해입겠다며 남의 강아지들을 납치한다. 애견인이 아니라도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당이다.

엠마 스톤이 주연해 최근 개봉한 ‘크루엘라’는 이 악당의 새로운 과거를 그려낸다. 글렌 클로즈의 크루엘라가 부유한 사업가였던 것과 달리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는 고아 신세로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며 자란 청춘이다. 어려서부터 남달랐던 패션 감각과 천부적인 재능 덕분에 당대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남작부인(엠마 톰슨) 밑에서 일할 기회를 잡는데, 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대립과 갈등이 커진다.

자연히 극 중에서 크루엘라가 만들어내는 패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격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분위가 물씬한데, 쓰레기차를 깜짝 무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까지 번득인다. 특히 달마시안 강아지든 어떤 동물이든 모피 소재는 전혀 나오지 않고, 크루엘라는 어려서 만난 떠돌이 개를 지금껏 키워온 것으로 그려진다. 이는 새로운 크루엘라를 읽는 중요한 단초이기도 하다. ‘악당’을 자처하되 그의 악행에는 이유와 사연이 분명하고, 악행이라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악당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글렌 클로즈의 크루엘라와 달리 새로운 관객의 공감을, 나아가 응원을 불러낼 수 있는 배경이다.

이 영화에 글렌 클로즈가 카메오로 깜짝 출연까지 했더라면 큰 화제가 되겠지만, 대신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상복 없는 배우가 언젠가 아카데미상을, 기왕이면 멋진 악녀 역할로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이후남 / 한국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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