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In]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1년 전 칼럼의 마지막 문장을 느낌표로 대신했다.느낌표는 역사상 가장 짧은 편지다. 1862년 소설 ‘레미제라블’을 탈고한 빅토르 위고가 독자들의 반응을 궁금해 하자 출판업자가 보낸 초단문의 답장이다.
칼럼의 마지막 문장을 느낌표로 끝맺은 이유는 미주중앙일보 이메일 뉴스레터인 ‘똑개비뉴스’ 1호 발송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뉴스레터를 읽고 속시원한 느낌표를 얻길 기대했다.
마치 ‘똑똑한 개인 비서(똑개비)’처럼 어렵고 복잡한 정치 현안부터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알찬 정보까지 친절히 설명하자는 것이 뉴스레터의 의도였다.
지난해 7월28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1호를 내보낸 똑개비뉴스가 다음달 8일이면 100호를 맞는다. 또, 다음달 28일엔 첫 돌을 앞두고 있다.
똑개비뉴스의 지난 1년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언프레시덴티드(unprecedented)’가 가장 근접한 표현이다. 말 그대로 ‘전례 없는, 사상 초유의’ 시간이어서다.
아무도 경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일상에서 질문들을 넘쳐났다. 백신은, 영업제한은, 지원금은…. 어려운 답들을 친절히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뉴스레터는 유례없는 이념대립의 시대도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의 맥을 짚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현실에선 초대할 수 없는 두 대선 후보의 토론을 가상썰전으로 꾸며 한인 유권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인정하던, 하지 않던 결과는 똑개비뉴스가 예측했던 대로였다.
양념처럼 넣었던 유튜버 소개 코너 ‘꿈튜버’도 뉴스레터 사상 첫 시도였다. 수천만 달러를 버는 유튜브 스타부터 미국 고등학교의 일상을 전하는 고교생까지 다양한 연령, 직업, 지역의 한인·비한인 40명을 뉴스레터에 담았다.
사실 이 코너의 목적은 유튜브 홍보가 아니라 사람을 소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짧지 않은 언론사 재직기간 배운 교훈 중 하나가 ‘사람 이야기는 배신하지 않는다’였다. 코로나19로 갇힌 일상에 사람 냄새를 전달하고 싶었다. 의도는 어느 정도 통한 듯 싶다. 이젠 전국 각지에서 본인을 소개해달라는 한인 유튜버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두줄뉴스와 톱10뉴스 코너는 “기사 읽을 틈도 없다”는 독자들을 위해 주요 뉴스만 짧게 요약해 전달했다.
뉴스레터는 내용뿐만 아니라 반응도 유례 없었다. 독자들은 수많은 느낌표를 보내왔다. 공간적 제약에 종이신문으로 전달하지 못했던 사각지대의 소식들을 원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 ‘어려운 뉴스 쉽게 요약해주셔서 감사하다’, ‘간지러운 등을 긁어줬다’, ‘바른뉴스 고맙다’, ‘이메일을 받고 지우지 않길 아주 잘했다’ 등 격려의 이메일이 수백 통이다.
독자들의 느낌표엔 신랄한 비판도 있었다. ‘한심한 X, 니가 기자냐?’,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다니 가짜뉴스, 앞으로 조심해라’, ‘두뇌 수준이 그것밖에 안되시나?’, ‘재수 없다’ 등의 이메일은 뉴스레터 제작에 채찍질이 됐다.
칭찬이나 꾸중이나 똑같이 소중했다. 귀담아 들어야만 지난 호보다 다음 호가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1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뉴스레터를 받아보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 심층 분석과 요약, 사람 이야기까지 한통에 담은 이메일 뉴스레터는 최소한 미주지역에선 똑개비뉴스가 유일하다. 무료로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홈페이지(ttalk.koreadaily.com)에 접속해 맨 위의 ‘무료 구독신청’ 링크를 누르고 빈 칸에 본인 이메일 주소만 넣으면 된다.
똑개비뉴스의 첫 생일을 앞두고 또 다른 1년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서다. 뉴스레터의 최종 목표는 1호 제목으로 정했었다. ‘250만 미주한인들이 똑개비뉴스를 아는 날까지’였다. 돌이 되었으니 이젠 걸음마를 떼고 보폭을 넓혀 걸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좀 더 빨리 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걸음이 바빠지더라도 똑개비뉴스에 변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 있다. 애초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다. 똑개비뉴스는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먹고 자란다. 빅토르 위고가 출판업자에게 보낸 초단문의 편지와 같다. 1년 전 칼럼의 첫 문장으로 대신한다.
‘?’
정구현 선임기자·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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