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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대통령 꿈'꾼 날 로토를 사다

대통령이 걸어와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돼지꿈도 한번 꾸어 본 적이 없는 나는 좋은 일이 생기려나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컴퓨터에서 ‘국가 원수를 만나는 꿈’ 해몽을 찾아보았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꿈’이라고 나와 있었다. 대통령 꿈을 꾸고 나서 로토가 당첨되었다는 글도 있었다.

로토 파는 가게로 갔다. 10달러어치를 살까. 아니야 20달러는 써야지. 대통령 꿈인데 50달러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에게 평생 한 번은 온다는 기회가 아닐까. 하느님의 계시일지도 몰라. 100달러? 그래, 대통령을 모독해서는 안 되지. 돈을 내미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마음 조리며 며칠을 기다렸다. 로토가 당첨되면 무얼할까. 멀리 여행을 가고, 바닷가에 집을 사자, 종업원 팁도 듬뿍듬뿍 줘야지. 아픈 아이들 위해 병원에 기부도 해야지. 꿈에 나온 대통령에게 덕분이라고 인사라도 해야 하나. 나도 모르게 비실비실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발표 날이 가까워 올수록 기대가 커져 갔다. 1등에 당첨 된다면 무얼할까. 무엇보다 학교를 하나 세우는 게 좋을 성싶었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장학금을 주어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꼭 당첨이 되었으면 하고 간절해졌다.

드디어 발표하는 시간이 왔다. 재빨리 번호를 맞추어 보았다. 마음은 벌써 바닷가로 달려가고, 학교를 짓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첫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러면 그렇지. 심호흡을 한 번 했다. 2등도 괜찮다. 번호를 하나하나 맞춰 나갔다. 두근거림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무하기도 했다가 마침내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 장이 달랑 5달러에 당첨되었다. 내 돈이 아니었던 10만 달러, 1000만 달러인데 그 돈을 갑자기 누구에게 모두 빼앗겨버린 것 같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당첨된 5달러를 현금으로 바꿀까, 아니면 로토를 계속 사 볼까 잠시 망설였다. 생각할 것도 없이 현금으로 받기로 했다. 로토가 당첨되어 일확천금이 생길 일은 내게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로토를 현금으로 바꾸러 갔다. 밖에는 비가 오는데 몇 사람이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고흐의 ‘복권 판매소’ 그림이 생각났다. 당첨된 로토 한 장을 들고 그들 뒤에 섰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로토를 사고 있는 것일까. 내가 로토를 사들고 여행을 꿈꾸고 바닷가 집을 상상하고 학교를 지어 보듯이 이들도 나와 똑같은 꿈을 꾸지 않을까. 희망과 설렘을 사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로토가 당첨 되려면 로토를 계속 사야하겠지만 나는 임금님 꿈을 꾼다 할지라도 다시는 로토를 사지 않겠다. 로토가 당첨되는 행운이 없으니 불행도 비껴가겠거니 하고 위안을 해 본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박연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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