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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칼럼] 빙수 보양식 시대

보양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이 더워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찬 것을 찾는다. 요즘 50대 이상은 에어컨 없던 시절을 보냈다. 여름은 고난의 시간이었다. 더위 때문에 밥은 먹기 힘들었고, 원기를 돋워줄 보양식이 필요했다.

안정복(1712~1791)은 ‘병을 얘기하다’라는 시에서 병 고치는 법으로 보양이 가장 좋다면서 ‘인삼이나 기타 자양물은 가난한 선비에겐 해당 안 된다’며 냉수나 생강을 씹어보라고 권했다. 당나라 의사 맹선(621?~713)은 ‘보양방’도 남겼다. 보양에 대한 욕구는 그만큼 오래됐다.

조선 세종 때 의관 전순의는 ‘식료찬요’(1460)에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음식이 가장 우선이고 약이(藥餌)가 그다음이다’라고 썼다. 음식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보양 사상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방유취’(1477)에는 ‘부족한 것을 보양하라, 이것이 치료의 원칙이다’라고 간명하게 나온다.



당시 보양의 대명사는 안정복의 시에 나오는 인삼이었다. 하지만 당시 최대 수출품인 인삼은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여름철 서민이 애용한 최고 보양식은 단백질이 풍부한 개나 닭이었다. 닭 또한 귀한 식재료였지만 닭찜·연계찜·닭죽·닭백숙·초계탕 등을 여름에 먹은 기록은 많다.

19세기 세시기(歲時記)에는 하나같이 개장국에 관한 기록이 자세하게 등장한다. 파와 개고기를 넣고 푹 고아낸 뒤 고춧가루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개장국은 복날 최고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개고기를 싫어한 이들이 있었기에 개장국과 비슷한 모양과 맛을 내는 육개장이 만들어졌다.

육개장은 1921년 나온 ‘조선요리제법’에 복중 음식으로 소개됐다. 1929년 8월 1일 자 대중잡지 ‘별건곤’은 ‘영남지방에서는 삼복 중에 개죽음이 굉장하다. 하지만 안주의 명물로 삼복중의 닭 천렵이 대단하다’고 적고 있다. 북한 지역에서는 주로 닭을, 남한에서는 개를 복달임 음식으로 먹은 것을 알 수 있다.

삼계탕은 비싼 인삼 가격과 귀한 닭 때문에 인삼의 전매 제한이 풀리고 양계산업이 본격화되는 1960년대 이후에 여름 보양식의 황제로 등극한다. 삼계탕 이전에는 민어탕이 유명했고, 남해안 사람들은 장어를 먹어왔다.

단백질을 탕으로 먹는 이열치열 음식과는 반대로 이냉치열 음식도 있었다. 여름에 흔한 밀로 만든 밀국수를 얼음물이나 우물물에 말아 먹는 콩국수가 대표적이다. 수박 화채·미숫가루 등도 힘든 여름을 버티게 한 음식이자 약이었다. 반면 단백질이 풍부해진 요즘 보양식은 여름철 미식으로도 떠올랐다. 10~20대 청춘들은 갖은 고명을 얹은 빙수를 여름 보양식으로 즐긴다. 이냉치열의 완성판쯤 될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박정배 /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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