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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구비구비 산길 "구름 위 달리는 맛이 이럴까"

〈6〉블루리지파크웨이

469마일 이어진 환상 도로
미 최고 드라이브 길 명성
쉬엄쉬엄 가야 제대로 구경
단풍철엔 마음까지 물들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운트 미첼 정상에 선 필자(오른쪽). [중앙포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운트 미첼 정상에 선 필자(오른쪽). [중앙포토]

블루리지파크웨이 인근 크래기가든스트레일에서(Craggy Gardens Trail) 내려다본 블루리지산맥. 첩첩 산중 위로 뜬구름이 평화롭다. [중앙포토]

블루리지파크웨이 인근 크래기가든스트레일에서(Craggy Gardens Trail) 내려다본 블루리지산맥. 첩첩 산중 위로 뜬구름이 평화롭다. [중앙포토]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 인근 블루리지파크웨이 진입로 표지판. [중앙포토]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 인근 블루리지파크웨이 진입로 표지판. [중앙포토]

블루리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는 미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최고의 드라이브 길(Scenic Drive Way)이다. 버지니아주의 셰넌도어 국립공원에서 시작해 노스 캐롤라이나주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장장 469마일의 환상적인 산악도로다.

양대 국립공원 사이에 있는 가장 높은 산줄기인 블루리지 산맥의 칼날 위로만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탁 트인 양쪽 풍광을 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백두대간 위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고나 할까.

산길을 운전해 가다보면 수많은 야생화와 온갖 잡새들의 합창소리가 좌우에 있고, 어린 새끼를 데리고 유유히 산책하는 사슴 떼도 자주 볼 수 있다. 아주 운이 좋다면 곰도 볼 수 있다. 차로 일주하는 것도 이렇게 좋은데 직접 땅에 발을 내디디며 파크웨이 주변을 등산이라도 해 보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요 극락이 아닐까 싶다.

방문하기 좋을 때는 온 산야에 철쭉꽃이 만개하는 봄과 오색 단풍 창연한 가을 단풍철이다. 특히 이곳의 가을 단풍은 죽기 전에 한 번은 가 봐야 할 풍광으로 꼽힌다. 사람은 강한 척 하면서도 상당히 약하다. 주위 환경이 조금만 달라지면 금방 그 속에 녹아 버린다. 가을 단풍철에 이곳을 찾았던 필자가 그랬다. 장자의 한 구절처럼 오색 단풍의 숲 속에서 마음까지 물들어 내가 단풍인지 단풍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흠뻑 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블루리지 파크웨이는 1935년 첫 삽을 뜬 이후 온갖 우여곡절 끝에 50여년만인 1987년에야 전 구간이 완전히 개통됐다. 하지만 이 길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산업 도로가 아니며 유통을 위한 물류 도로는 더욱 아니다. 오로지 일반 시민들의 레저와 여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든 도로인데 처음엔 그 효용가치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단단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 공사를 처음 시작 할 때만 해도 미국의 대공황이 심각할 때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실업자들을 줄여야겠다는 목적이 컸다. 물론 그 이후 꾸준히 확장공사를 했는데 그래도 아직도 몇 개의 터널은 버스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겨우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어 단체 관광에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하나 대단한 것은 보통 국립공원 하면 방문객 안내소가 두세 개, 많아야 서너 개인데 이곳 블루리지 파크웨이엔 전 구간에 방문객 안내소만 15곳이 있고 인포메이션 센터도 2개가 더 있다. 전 구간에 걸쳐 터널은26군데이며 좌우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Look Out Point)도 41개나 있다. 연중 방문객은 1000만명이 넘는다.

469마일의 전 구간 중 백미는 노스캘로라나주 애쉬빌에서 출발해 분(Boon)이라는 마을까지 이르는 100마일 구간이다. 이곳 주변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최고봉인 마운트미첼을 비롯해 린빌폭포 등의 명승지를 비롯해 곳곳에 민속예술단지, 역사 유적지, 먹거리 등이 산재해 있다. 전 구간을 완주를 목표로 주마간산식으로 달린다면 하루에라도 다 통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주변 경치를 즐기며 몸도 마음도 재충전하기를 원한다면 4~5일도 모자랄 판이니 생업에서 은퇴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길이긴 하다.

그렇지만 인생에 나중이란 없다. 여행이란 조금이라도 다리에 힘 있고 가슴 떨릴 때 떠나야 한다. 나중을 기약하지 말고 즐길 수 있으면 즐기시라. 이것이 나이 80을 넘긴 필자가 항상 주장하는 소신이요 철학이다.

아무런 소득 하나 없는 맹꽁이 철학 탓인지 미국 전체가 머리 속에 다 들어와 있지만 손에 든 것은 없으니 속 빈 강정마냥 머리는 풍년인데 입은 흉년이로구나.

▶여행메모
전 구간을 종주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잘 설계해야 한다. 애틀랜타에서 가자면 애쉬빌을 거쳐 북상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 반대로 달려와도 나쁘진 않다. 방문 시기는 본인 형편 따라 봄이든 가을이든 결정하면 되겠지만 이왕 마음먹고 나서는 보석같은 여행길에 여유가 없으면 어떤 여행도 추억으로 남지 않고 이 좋은 길을 지나가고도 그저 일장춘몽으로 끝난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꾸준히 여행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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