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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나이팅게일

러시아 옆에 체첸(Chechnya)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다. 지금은 러시아에 종교가 유명무실하지만 제정 러시아 시대에는 러시아 정교가 있었고 지배계층은 가톨릭이었다. 체첸은 무슬림 국가, 러시아와 충돌이 잦았다. Leo Tolstoy 소설 ‘Hadji Murad’는 이 두 나라 사이의 유혈 갈등을 다루고 있다. 같은 무슬림이면서 폭정을 일삼는 지도자에게 가족과 동지를 살해당한 무라드는 러시아에 투항해 원수를 갚고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 얼마의 군사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노모와 두 아내, 아들을 인질로 잡힌 그는 기다리다 못해 러시아 진영을 탈출해 심복 몇 명을 데리고 체첸 지도자인 샤밀을 제거하려 한다. 그의 탈영은 발각되고 러시아군은 추격에 나서 무라드 일당을 죽인다. 밤중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총소리에 놀라 숨을 죽이고 있던 나이팅게일은 화약 냄새가 사라지자 멀리서, 가까이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이팅게일은 밤에 운다. 몸은 작으나 새소리가 아름답고 소리의 변이가 많아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이 새의 울음소리(노래)는 애절한 사랑을 은유, 시에 많이 나온다. 소프라노 음을 내 암컷이 우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으나 사실은 수컷이 한밤중 날아가면서 암컷에게 작별의 메시지를 전한다.

Kristin Hannah 소설에 ‘The Nightingale’이 있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마자 프랑스는 나치 독일군에 힘없이 무너져 초기에는 ‘점령지구’ 외 ‘해방지구’로 나뉘어 통치를 받는다. 당시 프랑스의 저택들은 나치의 지휘본부나 숙소로 전용되었다. 소설은 전쟁에 임하는 두 프랑스 자매의 대조적인 스토리를 다룬다. 동생은 잘생기고, 신사적인 젊은 독일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

하루는 독일 장교가 강에서 큰 고기를 잡아 왔다. 프랑스 여인은 망설였다. 이 고기는 독일인이 잡았으나 프랑스 강에 살았으니 프랑스 고기가 아닌가. 독일 장교를 사랑한 여인은 고기를 프라이해서 같이 먹고 나중에 그의 아이까지 가진다.

언니는 독일을 증오하고 반군에 가담한다. 2차 대전이 깊어 가면서 독일은 프랑스 내에 있는 유대인들을 검거해 재산을 몰수하고 이들을 수용소로 보낸다. 이때 높고 험난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유대인들을 안전한 스페인으로 보내는 작전이 펼쳐졌다. 한겨울 국경을 넘다 나치에 피살되고 얼어 죽는 비극이 비일비재했다. 유대인 구출 작전은 야음을 통해 이루어졌고 이 작전은 ‘나이팅게일’로 불리었다. 아슬아슬한 탈출장면을 지켜본 나이팅게일은 밤에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당시 구출된 유대인의 대부분은 종전 후 미국으로 돌아와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나이팅게일 작전을 잊지 못하고 작지만 아름답고 신비한 새, 나이팅게일을 사랑한다.

전쟁 중 다친 군인들을 정성을 다해 돌봐주고,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전염병 환자를 최선을 다해 보살핀 간호사들에게 주는 ‘Nightingale Award’가 있다.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음하는 병자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희생정신은 밤에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는 나이팅게일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새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나는 나이팅게일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지 기억을 못 하고 있다. 어두운 밤, 숲속에서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나이팅게일이 내 창밖 높은 나무에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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