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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 오] 미국법 몰라 전과자 된 한인들 속출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5화> '한인사회의 대변인' 앤젤라 오 변호사
<5> '카르마'… 모든 게 내 업보

폭동 후 각종 강연과 행사장에 다니며 인종갈등의 원인과 예방책에 대해 설명하던 앤젤라 오 변호사에게 감사카드도 쏟아졌다. [앤젤라 오 변호사 제공]

폭동 후 각종 강연과 행사장에 다니며 인종갈등의 원인과 예방책에 대해 설명하던 앤젤라 오 변호사에게 감사카드도 쏟아졌다. [앤젤라 오 변호사 제공]

폭동 후 로펌에 한인 케이스 몰려
가정 폭력 여전히 '심각' …추방도
▶실직으로 찾아온 법대 기회


LA 폭동 이후 29년이란 긴 시간을 한인사회에서, 또 주류사회에서 인종갈등의 원인과 봉합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여전히 인종 갈등은 존재하고 있고 최근에는 인종차별 범죄가 더 늘어나고 있다.

듣지 않는 청중들을 향해 같은 내용을 계속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지친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내 업보(Karma)라고 생각한다. 형사법 변호사가 인권과 인종 갈등을 위해 일하는 것부터 그렇다. 자아가 형성되던 어릴 때부터 소수계 인종을 위해 앞장을 섰던 것도, 기독교 집안에서 '명상과 도'를 찾게 된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처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원래 전공은 공중보건학이었다. UCLA를 졸업한 후 UC데이비스에서 직장 환경을 전문으로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당시는 경제 발전을 위해 직원이 무조건 기업을 위해 헌신하던 시기가 끝나가고 직원들의 안전과 복지에 눈을 뜨던 시기였다. 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건강안전위원회'라고 불리는 커뮤니티 단체에서 일하며 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업무 환경의 중요성을 교육하러 다녔다.



논문을 위해 내가 방문한 곳 중 한 곳이 새크라멘토 소방국이었다. 화재 연기와 그을음 등 24시간 독성 물질과 함께 생활하는 소방요원들을 대상으로 폐 등 내부 장기는 물론 임신 가능성까지, 꼼꼼하게 직장환경을 조사했다. 건강안전위원회는 보고서를 토대로 가주 의회를 통해 독성 물질이 노출되는 직업환경을 차단하는 법안을 제안하고 이를 법으로 제정시켰다. 그 과정을 지켜보니 새로웠다. 가주의 법안이 채택되는 과정을 공부하고 싶었다.

공부의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왔다. 가주건강위원회와의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UC데이비스 법학대학원에 지원했다. 노동 현장에서 정책과 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법대에서의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내 삶의 목표는 정의와 공정

좋은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커뮤니티 운동이나 자원봉사 활동은 생각지도 않았다. 법대 졸업 후 돈도 벌어야 했지만 경력도 쌓아야 했기에 북가주에서 인턴십 기회를 준다는 로펌에 입사했다. 주로 노동법 관련 케이스를 맡았는데 공중보건학 배경이 도움됐다. 처음 맡은 케이스는 경찰노조와 교사노조의 직장환경과 관련된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노조의 내부 분열과 싸움을 보니 계속 도움을 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LA로 돌아와 다운타운에 있는 민사 소송 전담 로펌 '버드, 마렐라 로펌'에 들어가 개인 상해 관련 케이스를 맡아서 일했다. 변호사가 되면서 버드 마렐라 로펌은 고마운 곳이다. 14년 동안 있으면서 나중에 파트너로 승격됐지만, 폭동 후 3~4년은 폭동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각종 비영리재단 업무와 강연 등으로 아예 일하지 못했어도 오히려 내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 지금도 돌아보면 너무 감사할 뿐이다.

▶폭동후 이름 알려져 케이스 몰려

하지만 언제까지 로펌도 나를 기다릴 수 없었다. 나를 찾는 케이스가 몰려들었다. 영어를 잘하는 한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1세들이었다. 의뢰하는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법을 제대로 모르고 비즈니스를 했다가 적발돼 검찰에 기소된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한 예로 알바라도와 램파트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도 폭동 후 맡은 케이스 중 하나다. 벌벌 떨며 찾아온 50대 한인 업주의 죄명은 공문서 위조. 자세히 말하면 가짜 운전면허증 제작이었다. 하지만 업주의 얘기는 달랐다. 손님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촬영해줬고 인화된 사진을 갖고 온 카드에 붙여달라고 해서 붙여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카드가 운전면허증인지 알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알고 있었지만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아 바꾸려는 것인 줄 알았다고 억울해했다. 검찰은 징역형을 요구했지만 벌금과 커뮤니티 서비스로 합의해 낮췄다. 법과 문화를 몰라 범죄자가 된 한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고급 동네에서 비싼 차를 몰던 한인 부부도 찾아왔다. 알고 보니 가짜 비영리재단을 설립한 후 가족 구성원을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속인 뒤 지역을 돕는 사업을 한다는 등 온갖 명목으로 정부 기금을 타서 쓰다 적발된 것이다. 그들이 정부를 속여서 타낸 돈은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그 돈으로 비싼 주택과 자동차를 구입해 말 그대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이들은 검찰의 기소장을 받자 어떻게 하면 형량을 적게 받을지, 돈을 돌려주지 않을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를 찾았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변호사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 돌려보냈다. 나중에 들으니 이 부부는 감옥에 가서 수감 생활을 하고 정부에서 받은 돈도 모두 토해냈다. 하지만 죄를 뉘우치지는 않은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뺏긴 돈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상담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으로 찾아오는 케이스도 꽤 많았다. 특히 매 맞는 남성이 꽤 많았는데 이 중에는 아내의 거짓말로 체포된 남편도 있었다. 유도 사범이었던 이 남편은 술만 먹으면 물건을 던지는 아내를 피해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놀란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팬티만 입은 채 구치소로 끌려갔다고 했다. 경찰을 본 아내가 집안이 어지러워진 이유를 모두 남편 때문이라고 변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들은 여자가 물건을 던지는 과정에서 입은 부상을 남편의 폭행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즉시 현장에서 체포했다.

하지만 블랙 벨트의 유도 사범이고 덩치가 큰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아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 했는지 증명하기로 했다. 배심원들에게 검도인의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진짜 일본 검도를 증거품으로 법원에 가져왔다. 남편이 아내를 때린다면 집 안에 있던 검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남편이 가르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증언이 적힌 탄원서도 제출했다. 케이스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인사회 사건들

1990년대부터 가정폭력과 연루된 범죄사건은 한인사회에 비일비재했다.

한 예로 1994년 LA시 검찰청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1993년 한 해 동안LA시 검찰청에 접수된 가정폭력 사건 1만6000건이며, 이중 아시아계 케이스의 80%가 한인 관련이었다. 2001년 LA카운티 검찰청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접수된 가정 폭력 케이스 4만 건 중 아시아계는 약 8000건이었으며 이중 한인 관련 케이스는 6000건을 차지했다.

연방 법무부가 2000년에 발표한 ‘캘리포니아주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1996~99년에 배우자 학대 등 가정폭력사건으로 한인이 구속기소 된 경우는 232명이다. 1998년 통계에서는 85명의 한인 남성이 배우자 폭행혐의로 체포되어 기소됐으며, 15명은 중범으로 처벌받았고, 3명은 한국으로 추방당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2020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올림픽경찰서에서 발표한 상반기 통계(1월~7월)를 보면 LA 한인타운에서 가장 체포가 많은 범죄는 ‘폭행’으로, 총 1582명을 체포했다. 이 중 227명(14.8%)이 ‘가중폭행(Aggravated Assault)’ 혐의였으며, 배우자 혹은 동거인 구타 상해(corporal injuries)가 132명으로 과반수(58%)를 차지했다. 한인타운 내 가정 폭력의 심각성이 여전한 셈이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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