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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사랑의 기준을 낮추세요’

중국의 한 도시 하늘에서 빛 기둥이 내려온다. 그리고 사람들이 깜쪽같이 사라진다. 알고 보니 중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153개국에서 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특이한 것은 사라진 사람들이 쌍으로 가는 것이다. 연인이나 부부가 같이 없어진다. 이 기현상에 대한 해석이 분분. 그 중에서 정설로 굳어지는 것은 정말로 사랑하는 남녀만 빛에 납치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라지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아직 이 세상에 남아있는 부부나 연인 간에 은근한 갈등이 생긴다. 그들 관계가 사랑이 아니어서 납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더 어려운 케이스는 남자 혼자 사라진 경우. 남겨진 부인이나 애인은 사라진 남편이나 연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깨달음’ 때문에 절망하는 비극적 코미디 상황이 벌어진다.

한 남자가 부인과 이혼하게 된다. 그는 이미 부인을 떠나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 부인과 이혼 신고를 하기 위해 법원 앞에서 만나기로 마지막 약속을 한다. 약속 시간에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마침 그때가 사람들의 증발 현상이 일어나는 그 시간.



당시 그와 동거하던 두번째 여인은 이 자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져 그 여인과 사라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래서 확인하러 첫번째 부인을 찾아간다. 첫째 부인이 멀쩡하게 존재하는 것을 보고 그 남자가 자기를 정식 부인보다 더 좋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조금 안심한다.

곧 세번째 여인이 나타난다. 그 남자의 첫 사랑. 그가 사라지기 전에 그녀에게 거액의 돈을 송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첫째와 둘째 여인은 세번째 여인의 행방을 찾는다. 그 여자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고 그들은 안도 한다. 샘이 많은 두번째 여인은 그래도 그 자가 첫째나 셋째보다 자기를 더 사랑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 남자는 누구와 사라진 것일까? 아니다. 첫째 여인과 이혼 수속을 약속한 시간 그는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다가 강에 떨어져 죽었다. 강가에서 진혼굿을 한다. 그 자리에 첫째와 둘째 여인이 참석한다. 굿이 끝나고 무당이 첫째 부인에게 말해준다. 굿 도중 망자의 혼이 이런 말을 했다고. “미안해. 죽는 순간 당신을 생각했어. 결혼 생활을 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만을 기억해 주기 바라.”

서울 행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이야기이다. 제목은 ‘빛에 납치되어 사라진 사람들’. 영화 속 사랑이 비극인 것은 둘 사이에 가장 달콤했던 순간만을 사랑이라고 단정하기 때문이다. 절정의 순간을 사랑의 기준으로 삼으면 연인이나 부부 관계는 비극의 비탈길로 굴러 내린다. 사랑의 정점은 기억은 하되, 현실 속 기준점은 낮추어야 평온이 유지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마릴린 먼로의 한 말씀. “나는 이기적이고, 참을성이 없고, 약간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실수도 하고 때로는 다루기가 어렵다. 그러나 당신이 최악의 나를 다루지 못한다면 최선의 나를 가질 자격도 없다.”

좀 엉성한 중국 영화를 보고 썰렁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랑의 기준은 서로간의 최악과 최선의 중간 쯤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 합치점조차 없는 부부는… 글쎄.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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