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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흐르는 빗물과 내리는 시

오월엔 터지는 숨을 쉬어도 모자란다

잘려나간 숨도 쉬어야 하니까



타닥거리는 소리에



놓쳐버린 미세한 것들까지 타들어 간다



가슴밖에 없는 오월의 바닥은 빗물이고

채찍 없는 빛의 점막과 눈물의 광택은 저음에서 벗겨져

음악의 현은 서서히 끝을 지나고

이제 그 긴 그림자를 놓아주어도 무리는 없을 듯

가라앉은 것 같은 앙금의 둘레

서서히 내리게 두어도 다시 점화될 일이라는 것



안 되는 일엔 유효기간이 되는 일엔 무효기간이

그럴만한 무게로 진작 해체되고

여태껏 멀쩡히 서 있는 그대

눈발에서 녹지 않는 얼음꽃 위에 자꾸만 빗물이 내려

꽃잎도 내리다가 비가 되고

세상에 어울리는 비가 되고



더 이상은 번지는 물기 없을 것 같아

바다를 만나고 숲을 만나고 나를 만나서

나를 말리고



그대 곁에 머무는 시간은

미련하지 않아 아프지도 않아 그것은

내리는 함박눈 같기도 하고 침묵의 눈물 같기도 하고

비처럼 내리고만 있어도 다 젖는 시간의 입체

무던히도 사랑하다가 사랑한다는 그 말을 몰라

침묵은 지우지 못해 그것만을 남기고 간

그래 곁으로 내리는 오월은 또 젖어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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