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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가재는 게 편

먹고 남은 찌개가 냄비 바닥을 드러내 보인다. 양파를 비롯해 이것저것 주섬주섬 집어 넣고 라면의 스프를 털어 넣는다. 짠듯해 물을 반 컵 넣고 맛을 본다. 히~야, 맛이 기막히다. 그날은 일등 주방장으로 등극하는 날이다.

라면 스프를 넣고 끓인 재탕 찌개는 짬뽕 같다. 짬뽕은 중국 음식 이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짬뽕하면 여러 가지가 무질서하게 섞여있는 것을 뜻하곤 했다. 중국 음식 짬뽕은 해물과 야채를 볶은 다음 돼지나 소 또는 닭 등의 뼈를 우린 국물을 맵게 만들어 국수에 부은 먹거리다. 그 유래가 어떤가 궁금해진다.

요리사의 솜씨가 서로 다르듯 음식 맛이 집집마다 같을 수가 없다. 주부들의 손끝에서 재료와 모양은 물론 불의 조절과 조리 순서 그리고 조미료가 선택되어 서로 다른 맛을 창조한다.

어제 남은 찌개에 두부와 양파를 썰어 넣고 깡통에 든 닭국물(chicken broth)을 부은 다음 라면의 스프를 넣고 불을 켠다. 스프에는 소금, 고추 가루, 마늘은 물론 조미료까지 들어있다. 냄새가 그럴 듯하다. 뒤늦게 나타난 아내가 조용히 지나칠 리가 없다.



“어쩜 당신이나 서울의 형부나 똑같이 닮았나 모르겠네. 있는 대로 집어 넣고 라면 스프까지 넣는 솜씨가 붕어빵이네. 언니는 질색하면서 흉을 봐. 그래도 형부는 한 그릇 다 비우고 나서 입을 다신다고 하네.”

나와 같은 편인 손위 동서의 재탕 찌개 솜씨가 궁금해진다. 그의 비밀스러운 솜씨를 엿보고 싶다. 그러나 따져보면 그의 솜씨나 나의 솜씨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다를 이유가 없다. 같은 스프를 사용하니 말이다.

만나면 우리 둘의 재탕 찌개는 어디에 내놓아도 일품요리라고 합창해야 하리라. 가재와 게는 한편이기 때문에.


지상문·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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