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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눈에 넣어도 안 아픈

며느리가 근검 절약, 사치 안 하면 대견스럽고 딸이 그러면 안쓰럽다. 그동안 아들이나 딸이 결혼할 상대 골라오면 쿨 하게 대처하기로 작정 했었다. 공명정대 내 자식 남의 자식 안 가리고 인간답게 똑같이 대하리라 생각했다. 연속극에 나오는 한국 시어머니나 장모는 왜 그리 싸가지가 없게 행동하는지! 돈 깨나 좀 있다고 교양 떨던 사모님들도 자식 혼사 앞에서는 무지막지한 싸가지 여편네로 둔갑한다. 남의 자식은 인간 취급도 안 하고 막말을 쏘아 부친다. 매일 밥상 앞에서 보는 연속극 주인공들이 이 지경이니 달리 보고 배울 교양 과목이 없다.

며느리 걱정은 머리로 하고 딸 걱정은 가슴으로 한다. 우리집 며느리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나머지는 저축한다. 기특하기 짝이 없다. 칠락팔락(七落八落) 내 것 남의 것 구별도 못하던 아들은 며느리 뜻에 따라 짠돌이로 변신했다. 사랑이던 결혼이던 더 사랑하거나 강심장인 쪽이 승리한다. 행복한 결혼의 필수조건은 적응력과 변신, 강한 쪽이 이기고 약한 쪽이 지는 게 순리다. 아들이 아내에게 완전 복종함으로서 화기애애 하게 잘 살아서 곁에서 보는 내가 즐겁다. 아들은 2년 동안 주말마다 갖가지 요리해다 바치며 줄기찬 구애작전을 펼쳐 성공했다. 결혼식 날짜는 이멜로 통보 받아 검증은 커녕 반대 의견을 낼 엄두도 못냈다.

딸과 아들은 하늘과 땅이다. 아들은 누굴 만나도 스스로 책임지고 살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딸은 평생 책임 질 상대를 고르는 인륜지대사라서 혼사문제는 관대하거나 자비(?)를 베풀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위에게 너무 미안하다. 딸과 연애하는 동안 일체 함구, 사윗감과 전화 통화 사절, 묵비권 행사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집안 재력 직업 등을 따지다간 치사하다고 속물 취급 받을 터라 “사진 보니 노티 난다. 인물이 별로다. 눈이 너무 작다.” 등으로 은근히 반대의사를 밝혔는데 딸은 “만나 보면 실제로 눈이 커요. 남자답고 매력적이예요” 라고 응수했다. 눈에 콩깍지가 씌면 다 좋아 보일 테지 생각했다. 2년 동안 요리조리 피하자 눈치 챈 딸이 급기야 통보 없이 집으로 쳐들어 왔다. 세상에! 장승 만한 키에 멋진 사내가 성우보다 달콤한 한국말로 배꼽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한방에 뿅 안 가기 힘든 상황! 눈은 작았지만 헌칠한 키로 만회. 만사 제치고 합격했다.

딸은 평생 달라 붙어 안 떨어지는 찰거머리고 며느리는 평생 손님이다. 손님은 한번 홀대하면 다시 볼 일 없을 테니 행동거지를 조심한다. 이성적으로 지혜롭게 대처하고 자애롭게 행동해야 나중에 구박 안 받는다. 며느리는 내게 티 나게 잘 하지는 않지만 중후하고 변덕이 없으며 내 자식 사랑해서 믿을 만하다.

딸은 처녀 시절엔 내 카드로 명품 즐기면서 방송에 출연하며 잘 나갔다. 사랑은 인간의 영혼까지 리모델링 한다. 결혼 후 신통방통 변신을 거듭해 완벽한 엄마, 검소한 아내로 행복하게 산다. 열심히 벌어도 뉴저지에 사는 생활은 만만치 않다. 손녀가 네살인데 벌써 강남 엄마?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 간다고 집 보러 다닌다. 가끔 처녀 때 열어둔 계좌에 새 옷 사 입으라고 돈 보내면 손녀 유치원 갈 때 입을 옷 산다. 처녀시절 꼬리 열 달린 여우같이 날 알겨먹던 딸이 근검절약 하는 게 맘이 쓰인다. 사랑이던 인생이던 사업이던 결혼이던 올인 해야 홈런 친다. 자식이 올인 해 행복한 가정 꾸릴 수 있도록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지만 눈 감고 떠나보내는 것이 아름다운 작별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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