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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의전과 공식 행사의 무게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한 직후 옷에 손을 닦았다고 구설수에 올랐다. 만인이 지켜보는 중요한 행사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래서 어렵다. 나라와 나라의 대표가 모이는 자리에서의 외교의전은 힘의 분배와 방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잣대가 되기 쉬워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마련이다. 음식 메뉴에까지 해석이 붙어 푸대접이냐 아니냐 왈가왈부 될 정도니 모든 공식 행사의 의전은 만전을 기해도 늘 모자라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의아함과 부적절함이 드러난 것은 해리스 부통령의 ‘옷에 손 닦기’뿐만은 아닌 듯하다.

21일 워싱턴 디씨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관 ‘추모의 벽’ 착공식 본 행사는 30여 분 정도였다. 날씨는 더없이 좋았고, 시삽에 앞선 존 틸럴리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의 환영사,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와 양국 동맹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미국 국기가 먼저 입장하고 한국 국기가 뒤를 이었지만, 애국가를 먼저 연주하고 미국 국가를 나중에 연주하는 외교의전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살짝 의아한 것은 김종빈 첼리스트가 연주한 ‘대니 보이의 아리랑’이다. 사회자들은 심지어 대니 보이와 아리랑이라고 곡 소개 마저 틀렸다. ‘대니 보이의 아리랑’은 아일랜드 전통 가락에 가사를 입힌 미국 대중가요 ‘대니 보이’와 ‘아리랑’을 함께 편곡한 하나의 연주곡이다. 102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홍진호 첼리스트가 헌정했다. 긴 시간 영국에 지배당한 아일랜드인들의 설움과 아리랑의 한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겠다. 그러나 그 감성이 정말 한국전쟁 기념관에 모인 초로의 참전용사들에게도 같은 울림으로 다가갔을지는 잘 모르겠다. 압제에 대한 절박한 저항의 정서를 솔직하게 따지자면 ‘남의 전쟁에 나가 고귀한 목숨을 잃은’ 미군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공감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약간 무례한 것은 아닐까. 음악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첼로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아일랜드 특유의 애절한 음색에 비해 아리랑의 곡조가 들어간 부분이 짧다는 것도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진짜 옥의 티에 비하면 대니 보이의 아리랑이 과연 행사 취지에 적합했는가 하는 의아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식순에 음악이 하나 들어갔으니 무용도 하나 넣자는 것이 기획의도였다면 이해할 순 있다. 그렇다고 해도 수많은 장르 중에 굳이 팝송을 반주로 한 현대 무용이 들어가야 했을까. 전사자 기념관에서 수영복에 치마를 두른 것 같은 의상으로 다리를 번쩍번쩍 들고 무대 위를 구르는 춤사위가 웬 말인지. 행사장에 모인 구순을 바라보는 참전용사들이 2014년에 발표된 팝송의 정서에 얼마나 공감했을지. 누구를 위한 퍼포먼스였는지 알 길이 없다.

그나마 식전 순서여서 실황에 공개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 듯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시간가량을 할애해 ‘추모의 벽’에 대한 이모저모를 담은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의 특별 프로그램에 ‘한국적 예술’이라는 해설과 함께 영구히 담겨버렸다. 아무리 다시 봐도, 레드 로얄스 무용단의 공연에 한국적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흰색, 파란색, 붉은색의 의상 색깔뿐이다. 심지어 단원들마저도 한국인은 아니라고 한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 전통 무용 전문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승무’를 비롯해 허다한 넋을 기리는 춤은 생각도 못 한 것일까. 사전에 무용단으로부터 ‘한국 춤을 3일 만에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한 공연 관계자의 이야기는 더 뒷 목을 잡게 한다. 한국 춤을 3일 만에 배우겠다는 ‘기개’는 칭찬해야 할지 비난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어이없다.

행사가 커질수록 관련자는 많아지게 마련이고, 주최 측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배는 산으로 가게 돼 있다. 한국전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벽 착공식에 울려 퍼진 아이리쉬 민속 음악과 팔다리를 속 시원히 드러낸 현대 무용이 옥의 티인지 대참사인지는 논의하고 싶지도 않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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