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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해프닝으로 끝난 한국어 시험 폐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승차 공유 서비스가 등장한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주에 살려면 자동차와 운전은 필수였다. LA가 지금은 버스 전용차선도 만들고 지하철 건설에도 적극적이지만 그때만 해도 버스를 타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이었다. 택시를 이용해야 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운전면허증 취득이 큰일이었다. 다행히 한국어 필기 운전시험이 있어 면허증 취득이 어렵지 않았다. 운전시험을 보기 위해 읽는 ‘운전자 안내서’도 한국어로 번역돼 있다.

그래서 한인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그것도 LA에서 한국어로 운전면허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기뻐하면서 쉽게 면허증을 신청해 받았다.

지금은 누구나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지만 가주는 한동안 발급자격을 제한시킨 적도 있다. 반이민 정서가 한창이었던 1993년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 소셜 번호나 체류 신분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불체자가 거주하다 보니 무면허 운전자 인구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직장이나 학교에 가기 위해 차가 필요하지만 체류 신분을 증명할 수 없으니 무면허로 운전하고 다녔다.

교통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운전하고 다니는 운전자들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률도 더 높아졌다. 가주차량국(DMV)이 당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자 사고율은 면허증 소지자보다 3배나 높게 나왔다.

결국 20년 만에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 소셜 번호와 체류 신분을 제출하라는 규정은 폐지됐다. 가주 하원에서 제출한 법안에 제리 브라운 당시 주지사가 서명하면서 실현된 것이다. 운전면허증이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서류 미비자들이 환호했다.

당시에도 서류 미비자에게 운전면허 발급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있었지만, 노장 주지사의 뚝심은 이를 거뜬히 밀어붙였다.

최근 DMV가 20년 만에 필기시험에서 한국어를 비롯해 25개 언어 서비스를 없앤다는 개혁을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알고 보니 DMV는 예산 절약의 방편이라는 핑계로 현재 32개 언어로 제공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7개 언어로 축소하는 방안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폐지가 추진되는 25개 언어 가운데에 포함된 한국어는 가주에서 6번째로 사용자가 많은 언어다. 과정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언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DMV의 발표에 한인 커뮤니티가 들고 일어났다.

LA한인회는 앞장서서 곧장 1.5세, 2세 단체들과 연락을 취해 반대 성명을 받는 한편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정치인들과도 재빨리 연락을 취해 사안의 중요성을 알렸다.

특히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데이브 민 가주 상원의원은 적극적으로 가주 상원 지도부까지 이번 이슈를 알리고 문제점을 전달했다.

한인 커뮤니티의 다각적인 움직임에 개빈 뉴섬 주지사가 즉각 행동을 취했다. 결국 DMV는 언어 서비스 축소 발표를 알린 지 하루도 안 돼 한국어 필기시험 폐지안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치 못했던 주 정부의 빠른 대응에 민 상원의원은 “솔직히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민 상원의원은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력이 그만큼 신장됐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어로 다시 편하게 필기시험을 볼 수 있게 됐지만 불씨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이참에 한국어가 주 정부가 영구적으로 제공하는 언어로 지정될 수 있게 조처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인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뭉쳐야 할 것 같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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