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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멀리 날아라, 머리카락 보이게

경쾌한 소리와 함께 티샷을 떠난 하얀볼은 파란 하늘 위로 쭈욱 쭈욱 뻗어 나간다. 멀리 그린위로 미끄러지듯 구르며 안착한다. 골프 치는 맛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 봄부터 연중행사로 치던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가끔 만나서 식사도 하고 여행도 다녀오는 친구 부부 중 골프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 장로님 부부의 권유로 골프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아니 반강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만약 그렇게 스케줄을 잡고 시간과 장소를 보내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올해도 막연한 계획으로 찬란한 봄날을 그냥 지나치게 될 확률은 거의 99%이였음을 확신한다.

차고 선반 위에 올려놓은 골프채를 꺼내 먼지를 떨어내고 약속장소로 향한다. 몸을 풀고 이 장로님의 조언을 머리에 담고 굳어진 몸을 끄집어내려 하지만 폼이 어색하다. 힘주고, 당기고, 머리 들고, 허리를 사용하지 않고, 힘으로 치치 말자고 수 없이 되새기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못된 버릇만 뛰어나와 이 장로님 보기가 여간 멀쑥해지는 게 아니다. 장비도 중요하다며 연습장을 떠나 바로 골프용품장으로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사부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입장이 아닌가. 거금을들여 골프채 세트와 최신 드라이브, 우드 5번, 샌드, 퍼터까지 구입했다. 바퀴까지 정착돼 여행가방처럼 끌 수 있는 골프가방과 신발까지 구입해 나오면서 이젠 코가 석자라도 빠져나오기는 힘들겠다 생각했다.

워킹 트레일을 걷다가 노란 민들레꽃은 지고 가녀린 대궁으로 하얗게 핀 민들레 홀씨가 눈에 보인다. 바람을 타고 홀씨는 참으로 가볍게 날아간다. 시야에서 멀어지는 홀씨를 끈질기게 따라가다 놓쳐버렸다. 어딘가에 정착해 자유로운 생명 하나를 키워내겠지. 홀씨는 저 멀리로 날아간다. 가던 길을 되돌아 오면서 여기저기 하늘을 자유로이 유영하는 민들레 홀씨들을 보았다. 멀리 날아라 머리카락 보이게. 하얀 머리카락 날리며 멀리 날아가거라. 무게를 들어내 자신을 가볍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살면 살수록 더 쌓아가려는 자신을 바라보게 될 뿐. 새들이 가벼운 날갯짓으로 이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사뿐히 그 몸을 움직일 수 있음이 부럽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그 몸을 맡긴 채 알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게 부럽다. 생각이 많을수록 우린 가벼워질 수 없다. 무거운 채로 우린 힘든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가벼워지자. 힘껏 잡지말자. 동여맨 줄을 풀어내자. 힘을 빼자. 그것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골프가 인생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하고 싶은 데로 인생이 살아지더냐? 내가 보내고 싶은 방향대로 공이 날아가더냐? 힘을 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힘을 빼고 싶었지만 솔직히 말해 힘을 어떻게 빼는지 몰랐다. 허리를 틀었다 풀면서 스윙을 해야 한다. 그렇게 허리를 틀었다 풀고 싶었지만 어떻게 허리를 감는지 알 길이 없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허리를 틀고 힘을 빼는 길을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다. 땅을 파고 손목에 통증을 느끼면서 어느 날 가볍게 한번 두번 힘을 빼고 칠 때의 그 통쾌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움켜 잡으려는 손목의 힘을 역으로 풀어주며 그 가벼움을 즐기는 것이다.

올해 3번의 라운딩과 10여차례 연습장의 수고가 조금씩 그 폼을 가져다 주고 있다. 사실 나의 구력은 30년이 넘는다. 함께 시작했던 친구는 일생에 한번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을 2번이나 했고 많은 이들이 핸디9, 적어도 핸디18은 된다. 나는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민들레 홀씨 같은 가벼움을 느끼고 싶다. 멀리 하늘로 쭈욱 쭈욱 뻗어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쫓아 자유롭고 싶다. 티샷을 떠나 자유로이 하늘을 가르는 공은 날 따라오세요 말하는 듯 바람의 머리카락을 날리며 둥근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가벼운 새가 하늘을 날듯이. 네명의 눈길이 그 궤적을 함께 날아간다. 멀리 날아라, 머리카락 보이게.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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