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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돌아보다, 다시 살피다

지난 삶을 돌아보는 기념일
새삼 인생의 유한 느끼게 돼

천재가 남긴 뜻이 울림 주듯
다음 세대에 공명, 확장되길

기고의 마감을 알리는 메일이 찾아오면 벌써 4주가 또 지났나 하는 생각에 화들짝 놀랍니다. 해야 할 일이면서 하고 싶은 일이라 마감의 압박에도 기쁜 긴장감이 키보드 위 손가락을 재촉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고민하기 위해 일상의 파편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뒤적입니다. 지난번 송고 이후 경험하고 느꼈던 것으로부터 글의 머리를 잡아내는 습관이 생겨 그간 어떤 일을 했나 찾아보며 새삼 한 달 남짓의 생활을 되짚어봅니다.

매일매일은 나름 꽤 이것저것 치열하게 보낸 듯한데 옅어진 기억으로 메모의 도움이 없다면 막상 어느 것 하나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살아온 날들이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탐색해야 할 자료들이 꽤 많이 쌓인 것일지도, 혹은 그 많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다 이젠 귀찮아진 뇌가 게으름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예전 일을 굳이 되짚어보는 일이 드물어도 지난 시간을 일깨우도록 만들어주는 계기가 일정한 주기로 주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흥부와 놀부가 기다리던 제비처럼 매년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말정산이 다가오면 지난 1년간 경제적 활동을 어떻게 했고 어떤 소비생활을 했는지 반성해봅니다. 꽃이 만개하는 시기의 부처님 오신 날이나 하얀 눈을 기다리는 성탄절 역시 또 한 해가 오고 다시 가고 있다는 기쁘고도 아쉬운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좀 더 긴 주기의 일깨움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입학식, 졸업식에서 얻어집니다. 매일같이 보아 차이를 느끼지 못하다 몇 년의 시간 동안 자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하다가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에 좀 더 신경써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죄책감처럼 몰려옵니다. 한품에 들어오던 작은 생명이 훌쩍 커버려 대견함보다 내 품을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아쉬움을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서운함은 감출 수 없습니다.



10년의 시간은 어떻게 반추해 볼 수 있을까요? 부모님 댁 벽에 걸린 회갑, 칠순, 팔순의 생신에 모인 가족들의 사진을 통해서 알게 되는 듯 합니다. 안겨있던 아이들이 자라고 다시 성인이 되며 어느덧 흰머리가 더욱 익숙해지신 어르신의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보다 긴 시간의 돌아봄이 제게 이번 주 찾아왔습니다. 학업을 마친 후 처음 일을 시작했던 회사가 설립된 지 30년이 되었다 하여 그간 거쳐 간 몇몇에게 소회를 부탁한다며 선배들이 찾아오셨습니다. 풋풋함으로 만났던 그때의 청년들은 이제 감출 수 없는 관록을 보여주었고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삼각대 위에 놓인 카메라 앞에서 긴 시간을 짧게 돌아보며 제가 느낀 감정은 너무나 부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뜻을 세우기까지 허비한 시간이 많았을 뿐 아니라 세운 뜻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밀도도 부족했음을 돌아볼 수 있었기에, 불과 몇 분도 안되는 어눌한 인사말을 동영상에 담으며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뿐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삶의 태도는 상처를 덜 받고 살아가려면 꼭 필요하기에 이를 얻으려 나름 적응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좀 더 긴밀히 돌아보았다면 후회가 덜했을지 모른다는 회한은 가지지 못한 형질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섭니다. 묵묵히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기가 주어지지 않아도 더 자주 돌아보아야 했음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생존하기 위해 무한한 낙관주의를 체득한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그렇다해도 유한한 한 사람의 삶의 전체를 되짚어 보는 것은 평균으로 보아도 한 세기를 채우기도 어려운 것이 현생인류의 한계입니다. 그것보다 생애를 넘어선 뜻이 남는 것을 기대해 보는 것이 우리 종이 가진 영속되길 바라는 문명의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앞으로 5년 후 완성된다는 스페인 건축가의 유작은 그의 사망 100주년을 목표로 지금도 공사 중에 있다 합니다. 천재의 생애를 돌아보는 것보다 남겨진 그의 뜻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처럼, 나보다 나의 뜻이 남아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것을 꿈꾸어 봅니다. 각자 모두의 꿈의 크기가 그의 생애를 넘어설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넘어서는 크기만큼의 공감이 그다음 세대 한 명 한 명에게 이어져 공명되어진다면 우리 문명의 성숙함이 얼마나 더 크게 영글 것인가 공상하며 반성의 의기소침 후 다시 조금은 행복해진 것을 보면 저는 역시 낙관주의자인 듯합니다.


송길영 /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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