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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호감’을 판매하는 경제

빌 게이츠, 엘렌 드제너러스, 일론 머스크의 공통점은 최근 나란히 비호감 유명인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세간의 시선은 인류의 미래를 고뇌한다고 추앙받던 게이츠의 두뇌 대신 그의 은밀한 사생활로 모이며 갖가지 추문이 만들어지고 있다.

장장 19년간 ‘엘렌 쇼’를 진행한 드제너러스는 직장 내 괴롭힘과 인종차별 폭로에 직면해 결국 내년 방송 종영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로켓을 쏘고 땅굴을 파고 화염방사기를 팔고 방송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등의 기행에도 두꺼운 팬덤을 형성했지만 최근 암호 화폐와 관련한 입방정으로 공공의 적이 됐다.



해외 국가 중에서는 북한이 비호감도 1위다. 갤럽이 지난 2월 1021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89%가 비호감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다. 지난해 86%보다 더 나빠졌다. 20년 전에는 이 수치가 60% 안팎이었는데 이후 수차례 핵위기를 겪으면서 무관심이 비호감으로 바뀐 것 같다. 북한 다음은 이란(85%), 중국·아프가니스탄(79%), 이라크(77%)다.

호감(Likable) 또는 비호감(Unlikable)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대신 개인의 취향이라는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2019년 미국의 전체 광고·홍보비 시장 규모는 2400억 달러에 달했다. 크고 작은 기업은 물론, 정치인, 단체, 국가와 정부, 소상공인 할 것 없이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데 열심이다.

그렇다고 시늉만 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잠시 입장을 바꿔보면 알 수 있다. 진심이 결여된 가식, 본심과 다른 언행, 사람만 좋아 보이는 웃음 이면의 검은 속내는 감추기 힘들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경영 사례연구에 등장하는 몇몇 이야기들은 모범이 될 만하다. 2009년 도미노 피자는 소비자 조사에서 “골판지 맛이 난다”는 평가를 발견했다. 무시할 만했지만 신제품을 내놓고 오히려 혹평한 고객을 광고에 출연시키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1980년대 무명이었던 오프라 윈프리는 어린 시절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방송을 통해 밝혔다. 이후 윈프리에게 왕좌를 내준 필 도나휴는 윈프리의 솔직함을 당해낼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1960년대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는 광고 문구 하나로 13년 만성 적자에서 벗어났다. 에이비스가 내건 구호는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진정성이다. 비단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새겨볼 부분이다. 한국 힙합 아티스트인 ‘염따’는 2019년 후드티와 티셔츠, 슬리퍼를 팔아 하루 만에 4억원을 벌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배 아픈 건 못 참는 속성들이 있지만 염따의 플렉스(과시)는 오히려 호감을 사며 3일 만에 21억원 판매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그는 동료 래퍼의 수입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수리비가 필요해 나선 것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호감 가는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전기 영화를 보면 가족에게는 참을성 없이 가혹했고 직원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서슴지 않고 인격을 모독했다.

그러나 애플의 전·현직 임직원들은 잡스는 누구에게나 진실을 말했다고 회상했다.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비전은 세상을 이만큼 발전시켰다.

조지타운대 교수를 지낸 로히트 바르가바는 ‘호감 경제학’ 이론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업에서 호감과 친절을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경영인이 가질 덕목은 호감 보다는 존경받을 수 있는 업적과 직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능력이다. 당연히 호감보다는 실력이 우선이다. 비호감이 싫어 서로 눈치만 보다가는 퇴보만 거듭할 뿐이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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