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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잡초를 뽑으며

“나는 오늘도 여전히
잔디밭 잡초를 하나둘
솎아내고 있다
내 마음에 불쑥불쑥
돋는 잡초도 뽑아낸다”

어느 날, 잔디밭의 잡초를 뽑기로 했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긴 팔 셔츠를 입었다. 단단히 무장하여 호미를 들고 엎드려 잡초의 씨를 말릴 양으로 뽑고 또 뽑았다. 남가주의 따가운 햇볕으로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와 손가락이 아팠다.

우리 집 앞마당의 잔디는 짧은 종류이고 뒷마당은 긴 종류이다. 뒷마당 잔디는 아주 무성하게 자라 일주일에 한 번씩 가드너가 와서 잔디를 깎아준다. 그래서인지 잡초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앞마당 짧은 잔디는 한 달에 두 번씩 깎아도 별로 보기 싫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잡초 투성이다.

별처럼 작은 노란 꽃이 잔디밭에서는 잡초가 된다.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아서이다. 사람도 자기가 설 자리를 잘 알아 처신해야 대접을 받는다.

눈 깜박할 사이에 민들레가 노란 꽃을 피우고 씨방을 만들어 사방으로 날려 보낸다. 틈나는 대로 풀과 씨름을 하고 있다. 또한 토끼풀 모양의 잡풀이 금세 팔 벌리고 잔디밭을 점령하려 든다. 이 녀석들도 질세라 영토를 넓히고 있다. 왜 나는 여기에 살 수 없느냐고 내게 항의하는 것 같다.

남편은 신혼 초부터 십 년을 해외로 오가며 지냈다. 가뭄에 콩 나듯 들르는 남편 없는 시댁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농사를 도왔다. 논에 모내기를 하고 벼가 자라는 동안, 벼를 닮은 잡초, 피라는 녀석이 벼보다 왕성함으로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보실보실 아기 살결 같은 흙으로 이랑을 지어 심은 콩밭에 쇠비름 싹이 먼저 돋았다. “요 밥풀 때기만 한 것이 소똥만큼 커지는 기라.” 잡초를 뽑으며 하시던 시어머니 말씀이 종종 생각난다.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산 교훈이다. 잡초는 어느 곳에든 스며들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마 전 한국의 조카와 안부 통화를 했다. 그녀는 집안이 어려워 힘들게 자랐다.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하던 그 아이는 방학이면 가끔 이젤을 메고 내가 있는 외갓집에 내려왔었다. 시누이는 위로 딸 셋에 막내가 아들이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그런데 그 아들의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그 아이 말이 “외숙모, 우린 잡초처럼 자라 어떤 어려움도 잘 헤쳐 나왔어요”라고 염려 말란다.

그렇다. 그 아이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반듯하게 자랐고 열심히 공부하여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본다. 잡초는 밟히고 억눌려도 다시 비집고 나온다.

우리의 이민 생활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다. 새로운 토질에 심어져 뿌리내리기까지 잡초 같은 근성이 없었다면 어찌 버티어 나왔을까 싶다.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미안하다. 잡초야. 나 자신도 잡초인 줄을 몰랐구나.

드디어 잡초 뽑기를 포기하고 남편이 제초제가 포함된 비료를 사서 뿌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며칠이 지난 후, 여기저기 잔디가 말라가고 잡초는 더욱더 파랗게 돋보인다. 골고루 뿌리지 않아 비료가 많이 간 곳에 잔디가 하얗게 말라 버렸다. 잔디밭이 잠시 보기 흉하겠지만 잡초는 그들만의 끈질긴 응집력으로 서서히 다시 회복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잔디밭 잡초를 하나둘 솎아내고 있다. 내 마음에 불쑥불쑥 돋아나는 잡초도 뽑아낸다.


송선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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