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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워킹 독의 아름다운 일생

시고니 위버와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의 1988년 영화 ‘워킹 걸’ 포스터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접했다. 요즘 시대에 워킹 걸이니 워킹 우먼이니 하는 용어는 전혀 낯설지 않지만, 그 시절 여성상사는 물론 여성의 성공 스토리도 드물었다. 하지만 워킹 독(working dog)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오래전부터 몇몇 반려동물은 워킹 독으로서 엄청난 활약을 해왔다.

인명 구조견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품종은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조난객을 구조하는데 명성이 높은 세인트버나드다. 그 역사는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프스 고산지대의 숙박시설에서 키워지던 세인트버나드는 숙소 근처에서 발생한 눈사태로부터 사람을 구조해 내면서 구조견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뛰어난 후각으로 눈 속 깊이 묻힌 사람의 냄새를 잘 맡아 지금까지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다. 지금도 트레이드 마크인 브랜디가 든 작은 통을 목에 걸고 다니며 조난한 알프스 여행객을 구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구조견들의 활동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주로 저먼 셰퍼드, 래트리버, 보더콜리 등이 자주 활약한다. 2016년 에콰도르 대지진 당시 밤낮으로 구조 작업을 하며 7명의 생존자를 구한 뒤 결국 탈진으로 사망한 구조견 ‘데이코’ 뿐만 아니라 많은 구조견이 목숨을 걸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워킹 독하면 또 떠오르는 품종이 경찰견 저먼 셰퍼드이다. 보기만 해도 늠름한 자태의 셰퍼드는 수사과정에서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큰 역할을 해낸다. 19세기 영국에서 놀라운 후각 능력을 지닌 블러드하운드 종을 경찰견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다른 국가들도 다양한 품종을 경찰견으로 훈련했다. 얼마 전 은퇴한 보안관과 그의 경찰견 파트너가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경찰견 ‘미지’는 믹스 치와와 종이었는데, 작은 경찰견은 안된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10여년을 뛰어난 마약 탐지견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암투병해온 주인이 숨지고 몇 시간 뒤 주인을 따라 세상을 떠났다. 이렇듯 마약 탐지견도 워킹 독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보통 비글, 코커스패니얼, 래브라도 래트리버 등 후각이 특히 발달한 품종이 마약 탐지견으로 주로 활동한다. 마약 탐지견의 후보가 되는 어린 강아지들은 그 부견과 모견도 현장에서 활약하던 마약 탐지견인 경우가 많다. 부모의 후광을 입고 태어난 강아지일지라도 마약 탐지견이 되기 위해 1년 이상 여러 훈련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때 성품, 후각, 집중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안타깝게도 여지없이 탈락한다.

안내견으로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워킹 독도 많다. 특히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는 래브라도 래트리버가 많이 이용된다. 한국의 경우 보통 안내견 학교에서 태어난 지 생후 7주 된 강아지를 자원봉사자가 1년 정도 키우면서 사회성을 길러준다. 이렇게 일반가정에 위탁되어 1년 이상을 보내는 이유는 안내견은 누구보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붐비는 곳도 많이 다녀보아야 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해봐야 한다. 위탁 교육이 끝은 아니다. 다시 안내견 학교로 돌아온 후에 전문훈련사에게 공공장소에서 행동요령을 훈련받고 시험을 통과해야만 시각장애인과 맺어질 수 있다.

경찰견, 마약 탐지견, 구조견, 안내견으로서 이들은 반려동물과는 또 다른 도움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 보통 현업에서 은퇴한 이들은 일반 가정에 분양되는데 먼저 그동안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머지 일생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편히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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