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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코인 열풍’, 노동가치의 추락

#평소 7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김모씨는 최근엔 5시 30분이면 눈을 뜬다. 스마트폰으로 뉴욕증시와 본인이 투자한 종목들의 동향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해서도 수시로 확인하느라 스마트폰 보기 바쁘다. 그는 코인 탑승을 고민하고 있다.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기도 빠듯한 주식 대신 수배에서 수십 배 이득을 챙긴다는 암호 화폐로 말이다.

#이모씨가 가진 이더리움 가격은 매수가에서 5배나 떴다. 더 상승한다는 전망도 쏟아지고 수년 내 비트코인을 제칠 수 있다는 소식에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암호 화폐의 널뛰기 상황 탓에 쉴새없이 코인 시장을 주시하느라 잠도 설치고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식과 코인 시장에 돈을 묻고 있다. 일부는 이런 투자가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 주리라는 희망을 걸며 대출을 받아서 무리하게 투자한 경우도 있다. 주식과 코인 모두 변동성이 커졌고 불확실성도 증대됐다. 지금처럼 팽배했던 때가 없을 정도다. 투자보다 투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이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에 매달리고 있다.

노동소득의 가치가 한없이 가벼워진 탓이다. 노동소득으로는 수십 년 일해도 자기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나 자본가 한 명은 수십 채 수백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임대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이를 바라보는 근로자들에게 노동소득은 자본소득을 좇기 위한 종자돈 마련 창구에 불과하다.

자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자산이 불어나지만, 근로자들의 부는 쌓이지 않는다. 즉,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할 뿐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가 가진 맹점이다.

자본주의에도 황금기는 있었다. 1950~1973년까지로 이 시기에는 시장·노동·사회보장 확대로 모든 계층의 소득이 고루 늘어났다.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되던 시기다.

이런 황금기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전의 자유 방임주의 대신 국가가 개입해서 수요를 관리하고 경기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후 각국 정부는 자본 수익에 대한 누진세를 도입했다.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전후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자본수익은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1950~60년대에는 생산성이 향상하면 최저임금도 동반 상승했다. 노동소득이 늘자 소득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됐다.

이랬던 황금기가 저물기 시작한 것은 신자유주의 바람으로 작은 정부가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경제를 시장 질서에 맡기면서 소득 불평등은 다시 악화했다.

자본론의 저자이자 위대한 철학자인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기계를 도입해 잉여가치를 늘리는 방식으로 부를 더 축적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기업들은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로봇, 자동화 등의 도입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결국 노동의 일자리도 없어져 시장 경제의 기반도 흔들리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정부의 개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부자 증세를 내세웠고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소득에 누진세를 부과하고 노동소득은 인상해서 소득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더 걷은 세금으로 사회보장 확대를 통해 다시 한번 황금기를 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층 90% 이상은 정부의 증세에 대비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놨거나 쉽게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자칫 돈이 없어서 과세를 피하지 못한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정책의 실효성과 파급 효과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노동가치가 깃털보다 가볍지 않도록 말이다.


진성철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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