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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그리운 ‘월리’

 그는 달리기를 좋아했다. 발로 하는 야구도 멋지게 잘했다. 조깅할 때도 내가 힘든가 싶으면 기다려주고 또 내가 너무 빨리 달리면 내 손목을 잡아 끌며 ‘슬로 다운’ 사인을 주었다. 가까이 와서 눈 한번 맞춘 후에야 자기가 먼저 앞서 나간다. 집 나간 친구, 우리집 강아지 ‘월리’ 얘기다.

 내가 어릴 적에 증조할머니는 아홉 마리의 새끼강아지 이름을 손수 짓고 몹시 사랑하셨다. 어떤 놈은 ‘워리’ 다른 놈들은 ‘독구’ ‘누렁이’ ‘점백이’ ‘밤탱이’ 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던 순둥이 워리는 내가 동네 아이들과 뒷산 잔디 언덕을 구르며 놀 때는 꼭 따라와 함께 놀았다. 놀다가 집에 오면 “계집애가 사내아이처럼 논다”고 증조할머니가 늘 역정을 내셨다.

 그러나 워리는 내게 바짝 붙어 서서 입은 다물고 고개만 빳빳이 쳐들고 꼬리로는 도리질을 하면서 그때도 내 편에 서 주었다.



 어느 날, 지인이 분양하는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데려왔다. 어릴 적의 워리가 생각나서 내 이름의 ‘ㄹ’자를 덧붙여 주고 ‘월리’라 부르기로 했다.

 훌라후프를 들어올려 한번씩 뛰어 넘을 때마다 좋아하는 간식을 한 개씩 주니 신이 나서 잘 따라했다.

 내가 설거지할 때는 야구공을 물어다 옆에 놓고 배를 쭈욱 깔고 엎드려 기다리다가 지루하면 내 양말 뒤꿈치를 물어 잡아당기곤 했다. ‘강아지 야구클럽’을 만들어볼까 했다.

그런 어느 날 모두가 출근한 사이 기둥 모서리를 갉아 놓은 벌로 어두운 차고 안에 갇혀있던 시간에 문이 예고없이 열리면서 월리가 사라졌다. 고된 훈련에서 해방된 기분으로 뛰쳐나간 걸까?

 미소조차 인색하던 식구들을 큰소리로 웃게 하고 누구라도 반가워하던 순돌이었다. 어쩌다 길에서 닮은 모습을 보면 혹시나 하고 그냥 불러본다. “하이! 월리.”


켈리 조·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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