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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안식 준 교회…상처와 아픔도 많은 곳"

영화 '미나리'와 한인 이민교회

LA지역에 세워진 영화 '미나리'의 빌보드판. 김상진 기자

LA지역에 세워진 영화 '미나리'의 빌보드판. 김상진 기자

미나리 속 담긴 한인교회
한인들의 다양한 삶 반영
'애증의 관계'도 있지만
긍정적인 요소 훨씬 많아


기독교 내에서 영화 '미나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으면서 영화 미나리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의 감상평이 소셜네트워크 등에 속속 게재되고 있어서다. 이 작품은 한인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영화속에서는 이민 교회에 대한 현실적인 모습들도 담겨있다. 최근 릴리전뉴스서비스(RNS) 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미나리'는 한인들의 신앙과 이민 교회의 역할까지 그리고 있다"며 "한인들의 신앙관 교회에서의 경험 교회의 역할 교회의 공동체성 등을 모두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영화 미나리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응을 알아봤다.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장소는 아칸소주 시골이다.

모니카(한예리)가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묻는다.

"왜 한인 교회를 만들지 않았어?"

에드워드 전(51ㆍ사이프리스)씨는 "영화속에서 모니카의 동료는 교회에 상처가 있어 한인교회가 없는 그곳까지 온 것이라는 답을 한다"며 "그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주변만 봐도 이민 교회를 떠난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이민 사회의 아픈 부분 중 하나가 '교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인 교회의 역사는 이민 사회와 함께 발전했다.

풀러신학교 다니엘 이 교수는 "한인 교회는 1960년대 이후 이민 사회에서 호황을 누렸다"며 "실제로는 그보다 더 오랜 역사가 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한인 이민자들을 보면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실제 최초의 이민교회는 하와이에 세워졌던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설립 1903년 11월3일)'였다. 이민 모집 공고를 통해 미국행을 결정한 93명의 한인이 제물포에서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 땅을 밟자마자 세운 교회였다. 그만큼 한인 이민 교회는 이민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현재 이 교회는 '하와이 그리스도교회'다.

이 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한의준 목사는 "영화 속에서 '미나리'의 강한 생명력과 적응력은 이민자인 우리의 자화상으로 묘사됐다"며 "(한편으로는) 이민자와 교회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 미워하는 애증의 관계였다. 영화를 보면서 필립 얀씨의 고백처럼 교회는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영화 미나리를 감상한 한인 교인들은 과거 이민 교회를 떠올렸다.

변호사이자 목회자로 활동하는 데이브 노씨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이민 교회에 출석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마 갈등이 없고 싸움이 없었던 이민 교회가 없었을 것"이라며 "교회가 이민자에게 위로와 안식을 준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상처와 아픔도 참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화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있다.

정 감독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칸소주의 우리 (한인) 교회엔 교인이 많지도 않았는데도 교인들끼리 파가 나뉘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속에서는 한인 이민자 가족들이 미국 교회에 참석하는 장면도 나온다. 특히 영화의 배경인 아칸소는 상당히 보수적 색채가 짙은 지역이다.

남가주 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시무장로로 활동했던 유기범(76)씨는 영화 미나리를 재미있게 감상했다.

유씨는 "이민 초창기 시절 영어를 해보려고 미국 교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미국 교회에 출석하는 한인이 거의 없었다"며 "환영을 받고 있지만 보이지 않게 느껴지는 불편함 차별적 시선 문화적 차이 등으로 적응에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한인 교회에 출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점들은 결국 '한인 교회'가 우후죽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됐다.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KCMUSA)에 따르면 현재 미주 지역내 한인 교회는 총 3514개다. 미주 지역 전체 한인 인구(145만5185명ㆍ한인 혼혈 제외ㆍ2019년 ACS 기준)를 전체 한인 교회 수(3514개)로 나눠보면 한인 414명당 1개꼴로 한인 교회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유헌성 연구원(UCLA 사회학)은 "한인 이민 역사는 '교회'를 빼고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교회는 종교적 기능을 넘어 한인들 사이에서는 이민 정착 네트워크 구축 민족적 정체성 고수 언어와 문화 공유 등이 가능했던 공동체"라며 "한인들의 삶을 다양하고도 깊숙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 이민교회는 상당히 독특한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영화는 선교를 목적을 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한인 이민자를 그려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에 교회가 있기 때문에 작품에 기독교적 요소가 포함됐을 뿐이다.

캘스테이트대학 에블린 서 박사(심리학)는 "영화 곳곳에 기독교적 요소가 많이 묻어났다. 다시 한번 느꼈지만 한인 이민 사회에는 기독교적 신앙의 요소가 한 축을 굳건하게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독교 신앙은 이민 생활 가운데 심리적 정신적으로 고단했던 한인들에게 많은 힘이 된 것은 분명하다. 교회가 한인 사회에 미친 영향을 보면 긍정적인 요소가 훨씬 더 많다"고 분석했다.

한인들도 이제는 미국 내에서 2~3세대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영어권 한인 2세들이 미나리를 보는 관점은 1세대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1세가 '회상'에 중점을 둔다면 2세는 '미래'를 고민한다.

리버사이드에서 대학 캠퍼스 사역을 하는 필립 이 목사는 "과거 1세대는 생활 정착 민족적 동질감 등을 위해 이민 교회를 찾았겠지만 2세에게 교회 출석은 다른 개념이 됐다"며 "아무래도 '이민자' 보다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코리안-아메리칸'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가며 앞으로 더욱 다인종화 되는 미국 사회에서 이 변화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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