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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별과 별 사이

별은 왠지 우리에게 낭만적인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별은 수많은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면서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도 만듭니다. 수많은 별이 그대로 신화가 되었습니다. 별자리가 이야기도 되고, 다리도 되고, 길도 됩니다. 은하수를 건너는 오작교도 만듭니다. 별은 마음의 빛입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별은 하늘의 별은 아닙니다만, 별처럼 중요한 것이기는 합니다. 바로 부부유별(夫婦有別)의 이야기입니다. 부부유별이라는 말에도 별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별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별이 됩니다. 우리의 가슴속과 눈 속에 빛나는 별이 되기도 하고, 별이라 부르기도 싫은 한없이 기분 나쁜 별이 되기도 합니다. 부부유별이 늘 빛나는 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별(別)이라는 말은 나누어진다는 뜻이고, 다르다는 뜻입니다. 구별(區別)이나 분별(分別), 변별(辨別)은 그런 별의 느낌을 잘 보여줍니다. 서로 다르니 구별하고, 분별하고, 나누는 것이겠죠. 그 마음에 나쁜 게 들어갈 리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다르고, 적다고 해서 ‘없이 여긴다’면 그 순간 ‘업신여기는’ 게 됩니다. 그 별이 바로 별이라고 부르기조차 싫은 차별(差別)입니다. 별이 빛을 잃은 것입니다.

별이 쓰이는 다른 단어를 보면 ‘별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별로라는 말은 ‘그다지’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정확히는 ‘특별히’라는 의미입니다. ‘별’이라고만 쓰기도 합니다. ‘별생각이 없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우리는 별로라는 말 대신에 ‘특별히’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히 생각이 없다는 말도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는 겁니다. 바로 이 특별히 제가 가슴과 눈 속에 빛나는 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다름을 제대로 보는 것은 특별하게 보는 겁니다. 나와 다르니 참으로 신기하고 특별한 존재이지요. 그래서 귀하게 여겨야 하는 겁니다. 오륜 중에 부부유별에 별이 들어간 것은 그만큼 부부가 서로에게 신기하고 특별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르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서로에게 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성(異姓)에게 끌린다는 말도 그런 의미입니다. 서로 다른 극의 자석이 끌리듯이 말입니다.

부부는 유별합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차별로 쓰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갑자기 ‘감히’라는 말을 함부로 붙이게 됩니다. 남녀유별이라는 표현에서는 더 못되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자가 어디’라고도 말을 뱉습니다. 차별은 별을 오해하는 말입니다. 저는 부부유별이 부부차별이 되지 않기 바랍니다. 부부특별이 되기 바랍니다. 남녀유별 역시 남녀차별이 아니라 남녀특별이기 바랍니다.

그런데 별은 부부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륜(五倫)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도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한 관계에만 중요하고 다른 관계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도리가 아닙니다. 부부만 유별한 것이 아니고 군신(君臣)도 유별합니다. 장유(長幼)도 유별하고, 부자(父子)도 유별합니다. 물론 붕우(朋友)도 유별합니다. 임금과 신하도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부자 관계도 얼마나 특별한 관계입니까? 친구도 마찬가지죠. 부부유별이라는 표현은 부부 관계에서 유별이 조금 더 강조해야 할 덕목이었음을 보여주는 겁니다. 사람은 서로 유별합니다. 서로에게 특별합니다. 모두가 특별한 존재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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