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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가 인증 ‘정치인’ 자격증

문득 ‘자격’을 생각하다 ‘자격증’에까지 그 이음새가 만들어졌다.

많은 대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로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업과 취업준비가 전도된 취준생의 학창시절을 보내야 한다.학생들은 더 많은 자격증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도록 내몰려 있다.

나는 어떤 자격들을 갖추고 있나? 학문의 길에서 수년의 공을 들여 받아든 박사학위증을 새삼 생각해 본다.

학위 취득에 목숨 걸듯 지내온 시간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된 말이 있다. “박사학위는 운전면허증 같아서, 학문의 끝을 이룬 성공의 표지가 아니라, 이제부터 스스로 학문의 세계를 탐구해 나갈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증표”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학문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의 목표가 학위 취득이라 생각하기에, 학위를 받으면 그 순간 목표달성과 함께 자신의 위상을 달리하며, 학위취득을 위해 보내야 했던 그 고통스러운 시간에는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아봤자 그 지식이 얼마나 미천해 보였으면, 사람들의 입에서 박사(博士)의 ‘넓을 박(博)’이 ‘좁을, 혹은 엷을 박(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학위 소지자들은 아집과 편견의 틀에 갇혀 전문가임을 자처하면서, 그저 저만 옳다고 목청을 돋우는 일들이 흔할 뿐만 아니라, 전문 지식인으로 포장되어 교수직, 혹은 이를 발판으로 온갖 자리를 탐할 수 있는 욕망의 사다리가 되어있다는 사실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어느 사사로운 자리에서 무심히 나누던 이야기 중에 “정치인들도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인증되면 좋겠다”라는 바람 섞인 푸념이 있었다.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수많은 전문직종의 사람들은 그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

그런데 입법기관으로서 나라의 명운을 쥐고 흔드는 국회로 입성하는 의원들을 비롯하여, 소위 말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인으로서 그 어떤 자격증도 요구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떤 정치인들은 상식과 논리의 부재를 드러내면서도 호통을 칠 수 있는 범상한 능력의 소유자들로 체화되는 것은 물론, 선거철과 갑질철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이용하는 줄타기의 달인들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에게는 그들에게 주어진 위상이 그 어떤 자격증 하나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에, 아예 이 모든 자격들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혹은 임명권자로부터 ‘임명된’ 사람들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것으로 인정되는가 보다.

그런데 그런 정치인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정치와는 무관한 전문직의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가 꽤나 많다. 이들의 문제는 이러한 자격증이 정치인으로의 용도변경 과정에서, 갖추고 있던 전문인의 소양마저 변질시키고, 여러 가지 부작용과 함께 ‘아시타비(我是他非)’의 경지로 변모하는 술책의 수단이 되는 것 같아서다. 간혹 다선의 의원들에게 풍부한 경험의 정치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동원되는데, 당선의 표식이 옷깃을 장식하는 배지와 함께 실체 없는 전문가 자격증으로 부각되어 우리에게 때로는 실망과 분노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정치참여의 평등권도 모르는 헛소리!”라는 힐책을 감수하더라도, 국가 공식인증 ‘정치사’ 자격증이 있어, 이를 취득한 사람들만이 정치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여 정의롭고 호기롭게 정치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허가되는 상상의 오지랖을 펼쳐본다.

소심한 자세로 자격을 떠올리다가, 무어의 법칙처럼 증식하는 생각들이 정치인의 자격과 자격증으로 꼬리를 물고, ‘정치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자’라는 어떤 이의 입담을 옮기던 지인의 깊은 한숨에 가만히 되묻는다. “누가 정치인이 되는가?”


최명원 / 성균관대 독어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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