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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클로버 꽃이 피었습니다

아내가 번튼 공원의 포장된 길을 한 바퀴 더 도는 동안 나는 스트레칭이나 하려고 야구장 사잇길을 걸어 나왔다. 양편으로 야구장이 있고 그 사이로 난 풀로 덮인 길, 잔디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잔디가 아니고 클로버다. 제초기로 깎인 토끼풀, 사람들이 지나다녀 짓밟힌 클로버, 그런 환경에서도 생존 적응하듯 아주 작아진 잎들과 줄기들이 땅을 기고 있고, 하얀 꽃을 피워 달고 있다.

클로버 꽃을 보니, 꽃을 찾는 내 시선이 언덕 아래 무수한 클로버 꽃들로 연결된다. 많은 꽃은 바닥에 깔려 안개처럼 보인다. 엄지손가락 끝 마디만 한 클로버 꽃 한 송이를 꺾어 냄새를 맡아보니 클로버 특유 향기가 난다. 꽃을 자세히 눈앞에서 보니, 한 송이 클로버 꽃은 60개나 되는 작은 꽃들로 이루어졌고, 작은 꽃들은 저마다 작은 줄기에 달려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보이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신비롭다. 많은 클로버 꽃 중에 누렇게 시든 꽃을 따서 자세히 본다. 시든 꽃들은 모두 작은 꽃들이 고개를 숙여 아래로 처졌다. 처진 꽃을 만져보니 오톨도톨한 씨들이 느껴진다. 하, 이렇게 클로버의 작은 꽃들이 씨를 만드는구나!

야구장 주위로 클로버 꽃들이 깔려있다. 꽃길을 따라 야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야구장은 가로 100미터 세로 100미터쯤의 쇠 울타리로 둘러 있는 마당의 사 분의 일 구석에 풀이 없는 맨땅이고 나머지 사 분의 삼은 풀로 덮였다. 맨땅과 풀로 덮인 경계는 클로버가 점령했다. 클로버는 줄기가 다른 풀들처럼 위로 솟아오르지 않고 땅으로 기어가며 뿌리를 내리고 퍼져나가 맨땅을 점령한다.

안개처럼 깔린 무수한 클로버 꽃들을 본다. 그 꽃들이 씨를 만들면 얼마나 많은 씨가 생길까? 그 씨들은 어떻게 전파될까? 그리고 땅으로 기어가는 줄기들이 자라는 대로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면 얼마나 번성할까? 저 맹렬한 삶의 정열은 어디에서 올까?

공원 한 바퀴를 더 돌고 이마에 땀이 난 아내와 만났을 때 클로버 한 송이를 주었다. 아내는 냄새를 맡아보고 싱긋 웃는다. 우리 연애할 때 네 잎 클로버를 찾던 찬란한 시절이 생각나서일까? 내가 만들어 주었던 클로버 꽃 시계를 기억해서일까? 아내는 클로버 꽃송이를 집에 가져와 작은 물컵에 놓아둔다.

문득 네 잎 클로버 노래가 생각났다.

네 잎 클로버 찾으려고/ 꽃 수풀 잔디에서/ 해 가는 줄 몰랐네/ 당신에게 드리고픈 네 잎 클로버/ 사랑의 선물/ 희망의 푸른 꿈/ 당신의 행운을/ 당신의 충성을/ 바치려고 하는 맘/ 네 잎 클로버 찾으려고/ 헤매는 마음 네 잎 클로버.

맥다니엘 공원과 번튼 공원이 집에서 가까워 우리 부부는 자주 공원을 걷는다. 봄의 공원에는 수많은 꽃이꽃길을 만들어, 클로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5월 지천으로 핀 클로버가 어디든지 보인다. 길 주변에 하얗게 핀 클로버의 꽃들, 낮은 자리에서 피기에 눈을 내려야만 보이는 꽃들, 그렇게 많은 꽃은 씨를 만들고, 줄기가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땅을 기어 뻗어가는 생명력이 걷는 길가마다 번성하다.

흙을 비옥하게 하고, 동물 먹거리가 되며 꿀을 생산하고 공기를 청정하게 하며, 무엇보다 많은 씨를 만들며 뻗어 나가는 강인한 클로버 씨가 화성이나 달나라에서 자랄 수 있게 환경을 꾸민다면 거기도 생명이 가능하고 따라서 사람도 비좁은 지구를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공원을 걸으며 클로버를 보니, 클로버는 길가에, 제초기로 풀을 깎아주는 곳에서 무성하다. 제초기가 풀을 깎지 않는 곳엔 키가 큰 잡초들이나 나무들이 햇빛을 막기에, 아무리 씨를 많이 만들어 퍼트리고 뿌리를 뻗어 나가는 경쟁력이 있어도 생존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얗고 풍성하게 피어있는 클로버 꽃들을 보고 있으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로 퍼져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들, 열심히 성공한 이야기와 자식을 정성으로 키운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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