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버리고 살 수 있는 용기

어떻게 이토록 많은 걸 쌓아 놓고 살았을까. 이삿짐 꾸릴 생각을 하니 태산이 앞을 가로막는 기분이다. 그동안 내 딴에는 정리정돈 잘하고 산다며 부지런을 떨었다. 근데 구석구석 살펴보니 집이 아니라 창고 수준이다.

필요한 것보다 필요 없는 것이 더 많다. 수십 년 동안 한번도 쓰지 않는 가구나 물건, 입지 않는 옷 가방 신발들이 중고품 가게를 방불케 한다. 그릇에 탐욕이 많아 부엌용품이나 식기는 얼마나 사서 모았는지 종류도 가지가지다. 손도 안 대고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버릴까 말까 누구에게 줄까 말까 생각하는데도 머리가 쑤신다.

잡동사니 증후군도 이쯤이면 고질병 수준이다. 정말이지 필요 없는 것들에 묶여서 허우적거리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버리는 것도 용기고 기술이다. 3%에 미치지 못하는 역사상 최저 모기지 이자율과 연말부터 경제 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주택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구매자 경쟁이 강해 올해는 강력한 매도자 시장이 될 전망이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신규주택 공급은 계속해서 심각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공급은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신규 건설은 축소 상태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재택근무 현상과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 구매자가 됨으로써 촉발됐다. 부동산 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제2의 주택 수요, 낮은 이자율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에서 회복 기미를 보임에 따라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연간 주택 판매 증가율이 거의 40년 만에 최고가 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재고난으로 극소수의 집을 놓고 구매자들이 심한 경쟁을 벌여 주택 가격 인상을 초래한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업체들의 분석이다.

뉴저지에 사는 딸은 판매 가격보다 높게 여러 곳에 오퍼를 넣었는데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어에 밀려 구매가 불발됐다. 살던 집은 내놓자마자 금방 팔려서 적당한 매물이 나올 때까지 전세집에 옮겨 살아야 할 판국이다.

이때다 싶어 35년 살던 집을 팔기로 했다. 나이 들면 버리고 적게 소유하고 사는 게 정답이다. 집도 사람도 나이 들면 손이 많이 간다. 보수공사 해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새로 이사 올 사람들에게 잘 손질해서 넘겨줄 생각으로 쓸고 닦고 고치느라 한 달 내내 동동거렸다. 이참에 살림살이만 정리할 게 아니라 마음속에 쌓인 욕망과 미련, 잡동사니도 버릴 생각을 한다. 덜어내면 사는 게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버리고 한결 가벼워진 삶에서 인생 3막을 쓸 생각이다. 3막은 새로운 출발이고 끝을 향하는 세레나데다.

끝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세월도 때가 묻는다. 시간의 때가 켜켜이 묵은 어제를 오늘에 묻고 내일로 떠나는 길은 가볍고 홀가분하다. 시작은 끝의 꽁지에 달려 있다. 끝을 잘 마무리하면 출발이 되고 새로운 시작이 된다. “버리고 떠나지 않고서는 새롭게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묵은 가지에서 떠나지 않으면 그 가지에 새움이 트지 않는다.” 법정스님의 어록을 새기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다 보면 얼룩진 인생이 백지처럼 하얗게 빛을 발하지 않을까.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