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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1’ 전문



풀꽃은 풀에 피는 꽃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풀꽃이란 없다. 풀에는 종류도 많고 이름을 가졌다면 제 이름으로 불릴 터이니 풀꽃이란 하나의 지시대명사 같은 것이다.

풀은 지극히 작은 것, 하찮아 보이는 것, 소소한 것, 비범하지 않고 평범한 것 등 속의 통칭이다.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는, 관심의 대상에서 밀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을 아우르는 대치어로도 쓰인다.

‘풀꽃1’은 시에 대해 문외한이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애송시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쉽게 읽혀 시 독자층의 외연을 넓히는데 큰 몫을 한다고도 하는데 노 시인의 삶이 우려낸 무겁지 않지만 깊은, 짧지만 긴 울림이 있다.

시인은 간결하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풀꽃 시 연작을 쓰고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 건물 벽에 시대를 밝히는 역할을 하는 시인들의 짧은 글귀를 걸어놓는데 지난 20년간 걸려있던 시구 중 ‘풀꽃1’이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많이 사로잡았다고 전해진다.

이 시는 사실 풀을 보고 지은 시는 아니라고 한다. 오래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시인이 말썽꾸러기인 아이들을 어떻게 예쁘게 보고 소통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과정에서 지은 시라고 한다. 관심을 갖고 키를 낮춰 자세히 보니 말썽의 이유가 보이고 말썽의 이유가 되는 것들조차 사랑스럽게 보이더라는 것. 동시 같기도 한 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두루 소개되어 있다.

오월은 풀들의 세상이다. 풀들이 피워내는 꽃의 잔치마당이다. 화려해서 금방 눈에 띄는 꽃들에게 가려 이목을 끌지 못하기도 하고 아직 이름조차 갖지 못해 홀로 피었다 지는 꽃도 있지만 한 생을 끈덕지게 살아내는 생명력의 옹골참에는 이길 자가 없다.

산행을 하다 보면 인적 드문 산자락 바위틈에 쓸쓸히 피었다 지는 풀꽃들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이름을 알아보려고 해도 알 수가 없어 그저 풀꽃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꽃. 낑낑대고 흙을 밀어 올리며 세상에 나와 일 년을 길어야 이년을 살다가 사라지는 풀들의 모습은 어떤 하이라이트도 받아보지 못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이다. 존재감의 획득은 누군가 지켜봐 주며 응원해 주는 눈빛의 교감, 그 저변의 힘에서 온다. 햇볕의 따뜻함으로 씨앗들이 발아되어 푸른 오월이 되듯이 배타적이거나 꼬임 없이 바라봐 주는 시선은 낙오된 인생을 구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자세히, 오래 바라보려면 마음의 눈이 필요하다.

푸르러 가는 오월, 어디에도 속악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밝고 맑다. 맥없던 실핏줄들도 파르르 떨린다. 짓누르던 삶의 무게도 기타 줄을 튕기듯 살짝 건드려보면 조금은 무게감이 줄어든다. 푸르러간다는 것은 상승의 기미여서 누추한 마음에도 불끈 힘이 솟는다.

시는 효용성 면에서 풀과 같이 작지만 때로 눌린 마음을 일으켜 세워준다. 가물어 푸석한 사람에게 스며들어 비옥하게 하기도 한다. 풀꽃 시중에 이런 시도 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풀꽃2).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참 좋아(폴꽃3)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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