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트 앤 테크놀로지]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데이비드 호크니, ‘이스트 요크빌 월드게이트에서 봄맞이(The Arrival of Spring in Woldgate, East Yorkshire)’, 2011, 아이패드 드로잉을 잉크젯 프린터 기기로 종이에 인쇄, 55 x 41 inches in an edition of 25. 2012년 영국 런던의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 전시 장면. March 18, 2011(왼쪽), March 19, 2011(오른쪽).

데이비드 호크니, ‘이스트 요크빌 월드게이트에서 봄맞이(The Arrival of Spring in Woldgate, East Yorkshire)’, 2011, 아이패드 드로잉을 잉크젯 프린터 기기로 종이에 인쇄, 55 x 41 inches in an edition of 25. 2012년 영국 런던의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 전시 장면. March 18, 2011(왼쪽), March 19, 2011(오른쪽).

영국 출신으로 50년이 넘게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 데이비드 호크니는 인물화 중심의 구상작품으로 유명하다. 1937년 태어난 호크니는 초상화, 풍경화 등을 중심으로 화려한 색채의 회화와 판화, 포토콜라쥬 등의 작업으로 유명하다. 지금 뉴욕의 모건 도서관 및 박물관에서 열리는 호크니의 드로잉 작품전은 반세기 동안 꾸준히 연작으로 그린 몇몇 친한 친구의 초상을 볼 수 있다. 20대의 청년 호크니가 그린 초상화와 80대가 훌쩍 넘은 백발의 거장이 그린 초상화에는 그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연필 및 목판, 오일스케치, 크레용, 석판화 등 다양한 재료로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의 친구, 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아이패드에 엄지손가락의 양쪽 가장자리를 붓처럼 혹은 목탄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그린 초상화 및 풍경화도 볼 수 있다. 2009년부터 시작한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브러시 앱을 이용한 드로잉은 호크니의 오일페인팅에 나타나는 색감과 주제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형상이 디지털 화면에 표현되었다. 빛을 매개로 한 스크린에 재현된 이미지들은 생동감 넘치는 색깔로 또 다른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호크니는 매일 이런 디지털 드로잉을 창작하여 친구, 친지들에게 보낸다. 정물이나 풍경 등이 주요 소재이다. 팬데믹 동안은 창으로 바라본 바깥 세계를 아이폰에 즉각적으로 그려낸 풍경 등을 모아서 ‘My Window’라는 제목의 1000부 한정판 수집가용 그림책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1750파운드 혹은 275만원 정도의 이 책은 저자의 자필 서명이 들어있다.

페이스북이 2004년 시작된 이래로 많은 미술 작가들이 본인의 작품을 친구들에게 디지털 파일로 보내는 작업을 해왔다. 어떤 이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끈기와 지속성을 보였고 어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비정기적으로 작품을 올리고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미술을 좋아하는 수집가, 관람객 혹은 미술대학 학생들은 좋아하는 작가의 페이스북을 지속해서 구독하였다. 2010년 인스타그램이 설립되자 이미지 파일 중심의 인스타그램으로 많은 이들이 옮겨갔다. 사실 뱅크시(Banksy)와 같은 ‘얼굴 없는 작가’가 유명해진 것도 뱅크시의 거리 미술 작품이 이런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순식간에 확산한 것에 힘입었다고 볼 수 있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경매회사에서 뱅크시의 2000년대 초반 작품을 거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1985년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아트에 관심이 많았던 호크니였지만 2020년대부터 떠오르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미술 작품의 수집과 거래에 대해서는 아주 비판적이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s) 혹은 줄여서 NFT라는 기술로 거래되는 가상현실에서만 존재하는 미술 작품에 대해서 호크니는 “국제 사기꾼들의 술수”라고 품평하였다.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실체 없이 디지털 매체상에서만 감상 되고 저장되는 NFT 미술 작품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의 인기와 관심을 타고 비슷한 속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21년 3월 크리스티의 미술품 경매에서는 비플(본명 마이클 윈켈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의 작품이 NFT 형식으로 구매자에게 6930만 달러의 엄청난 금액에 낙찰되었다. ‘매일매일-5000일’의 제목으로 된 이 작품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사는 마이클 윈켈만이라는 작가가 2007년부터 5000일 동안, 그러니까 13년 동안 매일매일 제작하여 포스팅하였던 JPG 파일의 작품을 모은 콜라쥬 작품이다. 이렇게 모은 콜라쥬는 NFT 시스템 형태로 구매자에게 양도되는데 이로써 소유권과 진작 확인서가 영구한 형식으로 보존되며 거래를 거치면서 소유자가 바뀌면 원래의 기록에 새로운 기록이 더해진다. 가상화폐처럼 실체가 없이 전자공간에서만 통용 가능한 컴퓨터 파일 형태의 미술 작품이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일까? 아직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에 혁신적인 투자자들이 분산투자용으로 시도해 보는 정도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길든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습관이 어언 20년 무르익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크놀로지와 함께 자라온 세대 미술 애호가 혹은 미술 수집가들에게는 NFT 형식으로 작품을 ‘소유’ 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역사학자로서 나의 입장은 새로운 기술은 반갑지만, 문화재라는 측면에서 NFT 시스템 이외의 다른 형태로 제작된 재현품도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테크놀로지의 경우 사라진 기술 혹은 제품이 흔하다. 아이폰이 나온 이후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 미디어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이 2001년 등장하였을 때는 모두가 하나씩 구매하고 싶어하였다. 2006년 처음 선보인 플립(flip)이라는 소형 캠코더는 비디오 촬영의 편리함을 선사하여 큰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휴대전화의 확장된 기능으로 2011년 사라졌다. 다른 한편으로 기원전 220년경에 헬레니즘 제국의 최대 도서관으로 세워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세계의 지식을 다 모으겠다는 야심으로 시작되었을 때 수백 년 안에 쇠락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호크니의 예에서 보듯이 디지털 미디어로 작품을 만들고 잉크젯 프린터 혹은 고화질 아카이브용 프린트도 함께 제작하여 스크린에서 또한 종이 위에 혹은 건물의 벽면 위에서도 감상이 가능한 다양한 재현의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