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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어머니에겐 다 자식이다

유대 격언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 신은 태초에 여자에게 자식을 생산하도록 만들 때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랑의 주머니를 여자의 가슴 깊은 곳에 찔러 넣어 놓았나 보다.

어머니 날이 있는 아름다운 5월, 나는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몸에 갑작스러운 이상 징후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급히 중환자실에까지 오게 된 그분은 병이 심각한 것은 눈치를 챘지만, 회복 불가능한 말기 암인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성인병약 같은 것은 하나도 먹을 필요 없을 만큼 너무나 건강하였기에 본인도 식구들도 갑작스러운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식들은 차마 어머니에게 몇 개월 못 살 거란 의사의 진단을 말할 수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중환자실에서 어머니는 혼자 섬처럼 누워 있었다. 그러나 의식은 또렷하였고, 저녁마다 일을 마치고 찾아오는 아들과 며느리를 기다리는 시간은 느리게 갔다. 여기저기 불편하여 간호사를 부르면 얼마 살지 못할 영어 못하는 노인이라 그러는지 함부로 다뤘다. 살게 될 것인지, 죽게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공포와 함께 젊은 간호사에게 받는 모멸감에 병 보다 상한 마음이 더 아팠다.

어머니는 서둘러 일을 마치고 온 며느리에게 그 간호사를 가리키며 그가 한 못된 횡포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분개한 며느리는 당장 매니저 간호사에게 말해야겠다고 일어서는데 어머니는 “그냥 두어라, 저 아이가 직장이 잘리면 어떡하냐.” 어머니는 자식 또래의 젊은 간호사가 직장을 잃게 될 것을 염려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며느리는 친정엄마인 내게 그 간호사를 그냥 두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냥 두어라, 어머니가 원하시지 않니?” 나도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못된 간호사를 마지막으로 그렇게 용서하고 중환자실에 온 지 한 달도 안 돼 숨을 거두셨다.

자식을 낳은 여자는 아이들을 보면 내 아이처럼 사랑스럽고, 그들의 고통에 같이 아프고, 그들의 슬픔에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은 그 따듯한 온기로 모든 생명이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어릴 적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옆에서 들은 일이 있다. 시골에 자식을 하나 낳은 조강지처를 내어쫓고 어린 처녀에게 새 장가를 들은 사람이 있었다. 전처가 낳은 어린아이는 밤에 이부자리에 오줌을 싸는 일이 잦았다. 야뇨증은 어린아이에게 있을 수 있는 흔한 일인데도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이부자리에 오줌을 쌀 때마다 매질했다. 착한 새엄마는어린아이가 남편에게 맞는 것이 가슴이 아파 아이가 오줌을 싸면 자신의 옷이나 다른 것으로 오줌에 젖은 부위를 가렸다가 남편이 외출하면 그것을 빨곤 했다. 옛날엔 모두 솜 이부자리여서 빨기도 어려웠다 한다. 아이는 성장하여,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친자식들과 다름없이 사랑으로 키워주신 새어머니에게 지극한 효성으로 공경했다. 여자에겐 신이 따로 부여한 사랑의 샘이 흐르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을 낳은 어머니에겐 모두가 자식이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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