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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건망증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

생후 14개월 된 손자는 한번 들은 단어나 익힌 행동을 신통하게 기억한다. 한번은 골프 중계를 보면서 아직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손자를 옆에 앉히고 조던 스피스를 응원했는데 그 후 손자는 TV만 보면 “조던”를 외치며 팔을 들어 골프 흉내를 낸다.

어린이들은 마른 스펀지 같이 기억을 흡수하며 자란다. 연구를 참고하면 왕성한 기억력은 16~18세까지 이어진다. 20대가 되면 좋던 기억력에 흠이 생기고 건망증이 고개를 든다고 한다.

그러나 기억력이 좋은 것이 다 유용한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적당히 잊어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지 않을까. 성경에는 기억이라는 단어가 250번 정도 나온다. 75번은 하나님과 관련된 언약이나 율례들로 ‘이것은 기억하라’이고, 나머지는 대개 우리의 죄나 잘못을 회개하면 ‘기억조차 않으시겠다’는 용서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튼 인간은 망각의 동물로 지으심을 받았는지 몰라도 보고 배운 것을 한 시간 지나면 절반, 한 달 후는 80%를 잊어버리고 나머지 20%도 뇌 한구석에 없는 듯 저장된다고 한다.

적당히 잊고 용서하며 살면 될 것을 구태여 뇌 한구석에 감춰져 있는 아리송한 기억을 들추고 이웃과 등지며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뇌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는 나쁜 감정을 정기적으로 매장하는 시스템이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살면서 생길 수 있는 나쁜 감정은 트라우마로 작용할 소지가 많아 뇌의 자정 기능을 통해 잊어버림의 미학을 실천하도록 태어난 셈이다. 마치 이것은 전자제품들에 과부하가 걸리면 회로가 자동으로 차단되어 본체나 중요부품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뇌의 기능 중 하나인 건강증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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