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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암호화폐 전쟁

‘거래를 제공하는 그 무엇이라면 화폐라고 불렸다. 돌에서부터 깃털, 담배, 조개껍데기, 구리, 은, 금, 종잇조각 그리고 회계 장부의 항목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화폐는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될까. 컴퓨터 바이트(byte)일까’.

세상을 떠난 지가 15년도 더 된 경제학자에게 경의를. 비트코인이 탄생하기 무려 18년 전에 이런 예언(?)을 했다. 비트코인의 이름 자체가 컴퓨터 저장 단위인 비트(bit, 8비트가 1바이트)와 동전(coin) 결합 아니던가. 1991년 노년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년)은 그의 저서 ‘화폐 경제학(Money Mischief)’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역시 노벨 경제학상은 아무나 받는 상이 아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둘러싸고 전쟁이 한창이다. 암호화폐가 화폐냐 아니냐부터가 논란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화폐가 아니고 주식·채권도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못 박았다. 프리드먼의 판단대로라면 무의미한 논쟁이다.

정부의 진짜 입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대변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서다. 뭘 모르는 아이들의 위험한 도박이란 얘기다.



진단이 틀렸으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암호화폐 과열은 현상일 뿐 원인이 아니다. 집값은 평생 월급을 모아도 사기 어려울 만큼 올랐는데, 정부는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청년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는다. 월급 빼고 다 오른, 아니 직장을 잃어 수입이 0원으로 추락한 사람도 부지기수인 벼락 거지 전성시대. 동전(코인)만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데. 암호화폐에 빠지지 않는 게 힘든 시절이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서. 프리드먼이 쓴 ‘화폐 경제학’은 영어 원제에서 드러나듯 돈(money)을 마구 찍어내는 나쁜 장난(mischief)을 벌인 국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어떻게 패가망신하는지를 알려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명목으로 빚을 내며 마구 돈을 풀 때는 좋았다. 이제 결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천정부지 오르기 시작했고, 미국에선 “금리를 다소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재닛 옐런 재무장관)는 경고가 나왔다.

뚜렷한 대책 없이 정부가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암호화폐 과열의 이유를 투자자의 아둔함으로만 몰아가려는 정부의 일관된 노력이 가상할 따름이다. 프리드먼은 책에서 이런 상황도 예견했다.

‘어떤 정부도 초인플레이션은 고사하고 완만한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책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정부 관리들은 언제나 변명거리를 찾는다’.


조현숙 / 한국 중앙일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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