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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억압의 상징 역사 뒤안길로

사후 사면으로 비인간적 교수행 부당함 재조명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8일 오전 타우슨에 있는 옛 볼티모어 카운티 교도소에서 열린 기념비 개막식에서 의견을 밝힌 뒤 서명하고 있다.(왼쪽) 기념비를 제막한 루이스 딕스 작가/역사가가 기념비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딕스는 1950년부터 1952년까지 메릴랜드 흑인 방위군(231 트럭 운송 대대의 726중대) 소속으로 한국에서 복무한 6.25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사진=김은정 기자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8일 오전 타우슨에 있는 옛 볼티모어 카운티 교도소에서 열린 기념비 개막식에서 의견을 밝힌 뒤 서명하고 있다.(왼쪽) 기념비를 제막한 루이스 딕스 작가/역사가가 기념비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딕스는 1950년부터 1952년까지 메릴랜드 흑인 방위군(231 트럭 운송 대대의 726중대) 소속으로 한국에서 복무한 6.25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사진=김은정 기자

8일 오전 타우슨에 있는 옛 볼티모어 카운티 교도소에서 의미 있는 기념비 개막식이 열렸다. 136년 전 교도소 앞마당의 플라타너스(Sycamore Tree)에 묶여 교수형 당한 15세 소년, 하워드 쿠퍼 케이스를 재조명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기념비에 적혀 있다.

하워드 쿠퍼는 이웃의 백인 여성을 폭행/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체포/수감됐고, 재판 과정에서 전원 백인이었던 배심원단은 법정을 떠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사형을 평결했다.

흑인 민간단체가 쿠퍼를 위해 항소를 준비하던 중 그는 1885년 7월 13일 밤 교도소를 침입한 복면 괴한들에게 끌려 나와 교도소 앞마당에서 교수형 당했다. 그런 일이 전국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던 시대였고, 피해자가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기념비 제작 및 설치는 메릴랜드 교수형 추도 프로젝트(MLMP. Maryland Lynching Memorial Project)와 평등한 정의 운동(EJI. Equal Justice Initiative)등이 함께 추진했다.

기념식 개회기도를 한 엘빈 해뜨어웨이 목사는 “169년의 역사를 지닌 유니온 침례교회의 제5대 담임 목사가 하워드 쿠퍼 구명 운동을 벌인 하비 존슨 목사다. 비록 쿠퍼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그 노력이 그대로 전국 유색인(흑인) 지위 향상 협의회(NAACP)의 모델이 됐다”며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모두가 실수를 인정할 만큼의 인간성을 가진,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울 수 있는 투명성이 있는 세상이 오도록 집중하자”고 기도했다. 해뜨어웨이 목사는 유니온 침례교회의 제10대 담임 목사다.

윌 슈와즈 MLMP 회장은 “메릴랜드는 교수형과 관련된 진실을 규명하는 프로그램을 가진 유일한 주다. 주 내 14개의 카운티에서 교수형과 이런 사회 관습이 상징하는 억압과 제도적 차별을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신문에 따르면 배심원단이 평결에 도달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돼 있다”라며 “항소가 연방 법원까지 올라갈 조짐을 보이자, 백인 주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법의 집행관을 자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지적했다. 조직적으로 교수형을 집행한 자들이 떠나고 난 뒤에도 쿠퍼의 시체가 다음 날 아침까지 그대로 방치됐던 점, 나무 인근을 지나가던 기차가 속도를 줄여 승객들이 교수형을 볼 수 있게 하여 본보기로 유도한 점 등이 백인 우월주의가 얼마나 사회적, 체계적으로 만연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슈와즈 회장은 또한 “지금도 이스트 타우슨은 모두가 꺼리는 (건설) 프로젝트를 떠안으며 불합리한 대우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묵인하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차별주의에 일침을 날렸다.

호건 주지사는 “올 초 MLMP가 요청한 하워드 쿠퍼 사후 사면에 대해 논의한 후 유사한 사례를 더 연구한 결과 1854년부터 1933년 사이 (공정한 법의 심판 과정 없이) 교수형 당한 34명을 모두 사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며 그 자리에서 사면서에 서명했다(왼쪽 사진). 또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진실 규명, 인종적 화합, 변화를 도모할 전국 규모의 위원회 설립을 촉구했다.

한편, 윌 슈와즈 회장은 “하워드 쿠퍼에 대한 사후 사면 요청은 로크 레이븐 기술 학교 8학년 학생들이 시작했다. 또한 제니 라일스 역사가가 쿠퍼의 자료를 파헤치고 찾아내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가 불과 15살 정도였다는 것도 모를 뻔했다”며 공을 돌렸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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