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에서] 1년의 침묵 깬 황교안 전 대표 미스터리
상식 밖 선거부정의 증거들 차고 넘쳤는데
사법 최후 보루 대법원은 1년째 미적지근
검사 시절 선거사범 수사 정통한 '공안통'
부정선거 늑장 대처에 야당 지도부 와해
<옛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 "100% 안 되었다" 같은 반응
미증유의 부정 의혹으로 얼룩진 선거는 당시 파장만큼이나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부정 의혹은 도화선에 붉을 붙인 듯 삽시간에 번졌다. 꼬리를 잡은 듯 의혹 규명의 반전을 기대했던 이들이 곳곳에서 기대감을 표출했지만 그들의 바람은 허무하리만치 빠르게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배경에서 4.15 총선은 야당 지도부가 찍소리 못하며 읍소하듯 뒷걸음질 친 사건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된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처럼 불가사의라는 반응이 꽤 남아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합리적 의혹을 제기한 이들마저 손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자책감 또는 자괴감마저 든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결국 야당 지도부의 납득 못할 미온적인 대응은 지도부의 와해를 초래했다. 지도부 총사퇴로 미래통합당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고 심리적 파국에 이르렀다.
여전히 많은 우파 지지자들은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건 이해하지만 선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공정성이 너무나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공안검사로 검찰 커리어를 쌓은 황 전 대표에게 아쉽다는 반응이 컸다. 검찰조직의 공안부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간첩만 잡는 게 아니다. 선거사범 수사도 공안검사의 몫이다. 황 전 대표는 검찰 재직 때 자타공인 '공안통'으로 통했다. 특수수사를 잘하는 특수통, 깡패를 잘 잡는 형사통 등 이른바 검사들에게만 붙는 수식어에 황 전 대표는 '공안'이란 단어가 따라다녔다.
그런 그가 "100% 입증이 안 되어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난센스다. 입증은 정치인이 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몫이다. 황 대표 시절 미래통합당은 문제점을 검찰에 고소·고발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공은 검찰로 넘어간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그러질 않았다. 선거사범 수사에 정통한 검사 출신의 당 대표가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기보단 서둘러 빠져나가면서 부정선거 정국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힐난이 나온다.
황교안 전 대표는 "의심이 많이 된다"고 여론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곤 "이번에 4.15보선(4.7보선을 잘못 말함) 이겼잖아요. 그런 방법으로 가야죠"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황 전 총리는 이에 앞서 지인들에게 "나 때 이즈(is) 호스(horse)"라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우스갯소리로 짐짓 여유도 부린 것이다.
그러나 이내 본심이 나왔다. "국민에게 정말 죄송하고 송구하게 생각하며 지난 1년 동안을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며 "나라가 더 무너져가는 것을 보면서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오게 됐다"고 곁들였다.
그러면서 "(행정 공무원 출신으로) 프로정치인은 아니지만, 프로정치인들은 위선과 거짓으로 정치하고 정권은 적나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일이라면 문지기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마음으로 정말 대한민국 다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정진 매진하고 노력하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황 전 총리가 당 대표 시절 1호 인재로 영입한 지성호 국회의원은 지난달 4.7 보궐선거에서도 다시 한번 특이한 패턴이 발견된 것과 관련, "100%가 아니니까"라며 황 전 대표와 궤를 같이했다.
그는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뭐가 나와야 되는데 (그러질 않았다) 문제 있다는 것은 알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미 의회 차원의 대북 전단 공청회 후속 조치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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