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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부서질 꽃잎

희고 메마른 꽃잎이 떨어진다
변함없는 일상을 이끌어줄 들장미 한 묶음
바스락거리며 바람에 휩쓸리다
흙에 묻혀 땅바닥에 뒹굴 것이다
한 달 전 화병에 꽂혔던 여린 것들
바싹 마르긴 해도 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쓸쓸함의 한가운데 마음을 두고


떨어진 꽃잎을 주워 모은다
마지막 향기를 끌어안으며
들장미 한 묶음을 다시 기다린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가지마다 붉은 촛불을 켰던 자목련이
이 아침 유리창에 타오른다
쪼들린 마음이 꽃잎으로 부푼다
마음을 엿보듯 내 방안을 엿보는 수많은 꽃잎들

전동차에 이끌리는 헌 비닐 백
통통 부어 여행을 떠난다 바람을 온몸에 가득 채우고
갇혀진 바람은 4월의 목련을 하얗게 부서지는 폭포의
물방울을 보러 가는 것일까
아픔으로 부서지는 꽃잎 같은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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