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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폭동 피해자들과의 약속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피해로 만성피로, 불안, 우울, 분노, 망상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는 자연 재해에 속하지만 29년 전 4·29폭동은 인간에 의한 재난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폭동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2300개의 한인 상점들이 방화, 폭행, 절도 등의 피해를 당했다. 그로 인해 상점 주인과 가족들, 종업원들이 받은 정신적인 충격을 필자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폭도들의 위협에 놀라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공포에 떨던 환자들의 외침, 큰 피해로 망연자실하며 너무 억울해서 못견디겠다고 울부짖던 소리들,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이들 중 70%는 자신들의 증세를 화병이라고 말한다. 백인과 흑인의 갈등에서 불거진 문제로 한인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당한 너무도 억울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물건을 훔치고 불을 지르는 광경을 보면서도 팔짱을 끼고 아무 대처도 하지 않았다. 같은 시민인데도 대우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로드니 킹 사건 자체는 희미해지고 불행하게도 폭동이 마치 한흑 갈등이 원인인 것처럼 주류 언론은 보도했다. 이런 언론에 대한 분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LA시정부나 언론 중 어느 누구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세월은 흘렀다. 한인들이 당한 폭동의 피해도 잊혀지고 있다. 이 같은 폭동은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신체적인 상처를 남기고, 다음에 재산상의 피해를 남기고, 마지막으로 정신과적인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마음의 상처가 생기면 기본적으로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고, 이로 인해 불안함, 분노, 우울증 등이 감정의 앙금으로 남아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업의 실패, 자녀 교육의 문제, 부부간 갈등,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부정적인 영향으로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우울증이나 자살에 이르는 파괴적 삶을 살게 되기도 한다.

폭동으로 인한 재산 피해는 재난 성금과 정부 차원의 도움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폭동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인 보상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폭동 당시 피해자들의 정신과 진료를 했던 필자는 그들의 억울함을 풀고 상처에 대한 보상을 받는데 도움이 된다면 증인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폭동 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폭동의 기억은 잊혀져 가고 그들의 정신적 피해는 보상 받을 길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만큼 필자가 피해자들에게 했던 약속도 실행할 수 없게 됐다.

지금도 그들의 진료 파일을 간직하고 있다. 언제가 그들이 반드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간직했던 서류들이다. 폭동 피해자들의 아픔이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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