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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어른도 장난감이 필요하다

‘시크릿 산타’라는 말은 우리 가정에서 특별한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다. 가족파티에서 선물을 주는 사람이 산타인데 당일까지 비밀에 부쳐진다. 가족이 아닌 사람을 통해 나는 누구의 산타가 되는가만 통보받는다. 어른들은 원하는 물건 리스트를 몇 개 인터넷에 미리 올린다. 어린 조카들과 손주들을 위해서는 아이 엄마와 상의해서 유용한 선물을 풍성히 준비한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에 알맞은 장난감을 고르는 데 애를 먹는다. 나이 차이도 크고 남자 여자로 섞여 있으니 단순한 일이 아니다. 월마트, 타겟 등을 돌며 매점 가득히 쌓여있는 장난감을 둘러봐도 마음에 딱 드는 것이 없다. 40여 년 전 아이들을 키울 때는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애들을 네 명이나 키우고 있는 딸 집에 가끔 가보면 놀이방은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온갖 자동차, 비행기, 배, 총, 동물 모양 장난감 그리고 인형들이 즐비하다. 퍼즐과 레고 블록 등도 무수히 많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참으로 좋은 놀이기구이다. 놀이는 모든 어린이에게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놀이는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배우고 성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놀 때 적당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재미가 한층 더 한다. 장난감은 어린이에게는 물론이고 젊은이나 어른이나 상관없이 우리 안에 존재하는 동심을 일깨워 준다.

그래서 요새는 ‘키덜트(Kidult)’란 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이란 뜻이다. 삼사십대의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당시에 즐겼던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다시 찾는 이들이 많아 생긴 말이다. 성인용 만화책이 많이 팔린다는 일본은 키덜트족들이 많아서 그렇다. 키덜트들은 지금도 미니 카, 무선 자동차, 비행기, 드론 등을 좋아한다. 지난해 키덜트 산업 시장 규모가 6000억원이라는 통계만 보아도 장난감 사업은 단순히 어린이들만을 겨냥한 사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은퇴한 어른들도 어린이같이 장난감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자녀들은 성장해서 부모를 떠나가고, 평생을 바쁘게 일했던 직장을 은퇴하고 나면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싱겁게 노는 일은 재미가 없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콕을 하는 요즈음은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시간도 빨리 가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된다. 책 읽기, 키보드 연주, 그림 그리기, 탁구나 정구, 댄스스포츠 등은 좋은 놀이이다.

내가 아끼는 장난감은 골프채, 알토 색소폰, 셀폰 그리고 컴퓨터이다. 컴퓨터와 셀폰은 이제는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날씨만 좋으면 골프백을 메고 나가서 맑은 공기와 햇볕을 즐기며 걷는다. 지난 9년간 아껴온 색소폰은 이제 장난감 단계를 넘어 내 분신이 되었다. 만지고 쓰다듬으며 입술을 맛 대고 불며 내 속에 있는 감성을 키워간다. 올해에 산타가 내게 와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나는 ‘테너 색소폰’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중저음 톤으로 내년 결혼 50주년 기념 파티 때 트로트 음악을 맛깔나게 연주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김바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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