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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행복한 세상의 대화 방식

찾는 이 없는 내게도/ 날마다 문자가 심심찮게 와요/ 동창회 모임 소식이며/ 누가 세상을 떴다는 부고며/ 병원의 진료 예약 시간도 알려줘요/ (…)몇 백만 원쯤은 무담보로 빌려준대요// 우리나라 좋은 나라,/ 참 행복한 세상!

-임보 시인의 ‘휴대전화 문자’ 부분



휴대폰의 갖가지 디지털 콘텐트는 생활을 다양하고 활발하게 해 준다. 기능의 무한함은 어디가 끝인가 싶을 정도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에 세상의 모든 필요와 알거리가 저장되어 있다. 이제 사용자의 아침 기분이 어떠신가? 우울의 상태도 알려줄 수 있다고 하니 요술 램프와 다르지 않다.



디지털 언어소통 방식 중 우리가 사용하는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은 그 기능의 편리함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지 않나 싶다. 상대방의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통화보다 시간의 구애를 덜 받아 전하는 쪽이나 받는 쪽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또한 사용이 간편해서 나이가 든 분들도 만만하게 이용한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단조로워지고부터 카카오톡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사용상의 편익이 새롭게 느껴진다. 뭣보다도 여럿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방은 지구촌 어디서라도 함께 수다를 떨 수 있어 이만한 소통의 장이 있을까 싶다.

가족, 친지, 동창, 취향이 같은 사람들, 일을 함께하는 동료들 등등 대여섯 명 혹은 수십 명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소통이 가능한 모임의 장은 따뜻하고 유쾌하다. 멀리 있는 사람과의 거리감도 심리적으로 좁혀줘 삶의 뻣뻣함이 이완되기도 한다.

얼마 전 누군가의 초대로 가입된 대화방이 종친회 모임이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열다섯 살에 고향을 떠나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한 먼 친척의 거취를 알게 되고 안부를 나누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쾌하고 편리한 대화방에서 종종 언짢은 일이 생긴다. 대개는 정치적 성향이 짙은 글을 올린다든가, 자기가 선호하는 정치인을 두둔하려는 글을 올리고 거기에 대한 반대 입장이 생겨 언쟁이 일어난다.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거나 관심사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가족 모임이라든가 동호인 성격의 모임에서 이념적인 글을 올리거나 이제는 투표권도 사라진 한국의 정치를 성토하는, 그것도 진실 여부가 불확실한 글들을 퍼 나르곤 하다 보니 대화방에서 낯을 붉히는 일이 생긴다. 얼굴을 맞대고 둘러앉은 자리라면 금방 사과하고 화해를 하면 그만인데 가상의 대화이다 보니 오해가 오래가고 방 자체를 문 닫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 테이블이라도 여럿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면 절제와 배려가 필요하다. 자기 취향만을 고집하고 자기의 관심사만을 이야기한다면 모두에게 즐거운 모임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든 교류해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고립이라고 한다. 고립은 공포감을 갖게 한다. 원활한 소통만이 그 고립감을 해소해 줄 것이어서 요즘 같은 시기에는 핸드폰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이야말로 가까운 지인보다 낫다.

사람 사이에선 배려와 절제가 있어야 하듯이 문자로 나누는 대화에서도 예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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